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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ODA 타고 남미로] ① "문화재 우리가 관리" 마추픽추의 나라 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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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잉카 문화유산 정보화·보건 프로그램 등에 1억600만弗 지원

한국, 현지 방산·치안시장 대거 진출…인프라·보건의료 등도 유망

<※ 편집자 주 =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국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개발원조(ODA)를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발돋움한 세계 유일의 사례입니다. 최근 10년간 대외 원조액은 10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새 국정과제에 따라 ODA를 통한 인프라와 기업의 해외 진출과 공공·민간 일자리 창출 노력도 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무상원조 사업을 펼치는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남미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해 ODA와 국익·일자리가 연계되는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연합뉴스

잉카제국이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페루의 관문 호르헤 차베스 국제공항



(리마=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 페루는 해외 배낭여행기를 다룬 TV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팀이 2014년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방문하면서 국내에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고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로, 1532년 스페인에 정복당해 300년 동안 지배를 받았고 1824년 독립했다.

국토 면적은 남미에서 3번째로 크고 한반도의 6배에 달한다. 인구는 3천148만 명(2016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천727달러다.

2000년 이래 연평균 6%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으며 최근에도 에너지와 광업 분야 중심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에 힘입어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과 페루의 협력관계는 오얀타 우말라 전 대통령(재임기 2011∼2016년)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한국은 우말라 전 대통령이 주한 페루대사관에서 무관을 지낸 '지한파'라는 점을 활용해 페루의 방산·치안 분야에 대거 진출할 수 있었다.

2012년부터 공군 기본훈련기(KT-IP) 20대를 인도한 데 이어 지금은 경공격기(FA-50)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치안 분야에서는 스마트 순찰차 2천958대(약 1천294억 원)를 수출했다.

이들 분야의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 인프라와 보건의료 분야의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인프라는 56억 달러(약 6조5천912억 원) 규모의 리마 지하철 3·4호선 사업이 핵심으로, 한국 기업들은 입찰 요건의 완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약품과 원격진료 시장도 한국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분야다.

의약품은 지난해 2천500만 달러, 올해는 2천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올 연말께는 품질 관련 자료 제출을 면제받는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수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페루 수도 리마의 대표적 부촌인 산 이시드로의 모습



ODA를 통한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도 가시권에 접어들고 있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KOICA는 1991년부터 각종 개발 프로젝트와 컨설팅, 전문가·의료단 파견, 긴급구호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총 1억647만 달러를 지원했다.

대표적인 것이 8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문화유산 통합등록 및 관리시스템 구축'(2015∼2018) 사업이다.

고대 잉카문명의 발상지인 페루는 11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천문학적 규모의 문화유산을 전국 130개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으나 정보시스템의 부재로 도난이나 유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국립도서관이나 정부기록보존소에 있는 수천만 건의 도서와 문서기록 역시 디지털 방식의 관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페루 정부는 우리 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KOICA는 현지 박물관 5곳을 지원 대상지로 선정해 문화유물의 등록 표준화와 DB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 기업인 문엔지니어링이 책임사업자(PM)로 전반적인 사업을 관장하고 있으며, 올 연말에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국내 업체 2곳이 더 진출하게 된다.

박명혜 KOICA 페루사무소 부소장은 16일(현지시간) "이 사업은 한국식 문화재 등록과 관리 표준을 페루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사업 종료 이후 시스템의 유지·보수 사업도 국내 업체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도인 리마 북부와 카야오 지역에서 펼치는 건강증진 프로그램(2013∼2017, 예산 785만 달러) 역시 국익과 연결될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다.

KOICA가 과거 보건소 3곳을 지어 공공 보건서비스 개선을 지원했던 이곳에서는 인구의 급격한 유입으로 도시빈민이 증가하면서 사망률이 크게 높아지는 등 보건지표가 악화했다.

이에 보건소 한 곳을 추가로 짓고 지역주민,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 및 청소년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종합사업을 추진했다.

지금까지 청소년 6천455명이 음주·약물·흡연 예방, 성교육·생식보건, 위생관리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임산부 1천116명은 산모수첩과 영양습관 교육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지난해 10월 카야오 주정부의 공공보건사업 우수 사례 포상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11월에는 페루 사회서비스 혁신 경진대회 최종 4개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현지 대통령이 직접 사업 대상지를 방문할 정도로 현지에서 호평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는 이 사업에는 가천대 길병원이 협업 형태로 참여해 원격진료를 시행했다.

페루 중소기업(전체 기업의 98%)의 수출입 지원을 위한 전자무역 시스템 구축 사업(2014∼2018, 예산 500만 달러)도 양국의 교역 증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페루에는 현재 KOICA 자문단 3명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자문단 3명, KOICA 봉사단원 64명이 파견돼 있다.

wolf8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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