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현대미술제 10회째…미황사·무각사 등에서도 전시 호응
전등사 내 정족산사고 장사각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제.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현대미술의 발걸음이 가을 산사(山寺)에까지 이르렀다.
전국 사찰에서 현대미술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그 싹을 틔웠다고 할 수 있는 강화 전등사 현대미술제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해남 미황사, 광주 무각사 등지에서도 전시가 끊이질 않는다.
사찰이라고 하면 사천왕상, 삼존불상, 석탑부터 떠올릴 이들에게 탈속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 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채롭다.
전등사 내 정족산사고 장사각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제 |
◇ 전등사 현대미술제 10년…올해 주제는 '성찰'
고구려 소수림왕(381년) 때 창건된 전등사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시인 고은이 한때 이곳 주지를 지내기도 했다.
요즘 전등사를 찾는 이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사찰 내 정족산사고 장사각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전시다. 50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강경구, 공성훈, 권여현, 김기라, 김용철, 김진관, 오원배, 이종구, 이주원, 정복수 등 8명 작가가 '성찰'을 주제로 한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10년 전 회주 장윤스님에게 현대미술전을 제안한 이는 오원배 동국대 교수다.
오 교수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오늘날 보는 불교 문화재는 그 시대 최고의 현대미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라면서 "지금 이 시대의 조형언어인 현대미술로 그 전통을 바라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평면회화가 위주였지만 갈수록 매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 전시는 매년 가을 전등사 일대에서 열리는 삼랑성 역사문화축제의 하나로, 지역민과 관광객의 호응 속에서 10회 만에 안착했다.
오 교수는 "사찰에서 하는 전시가 아무래도 생소하다 보니 처음에는 몇 사람이 보고 마는 정도로 끝날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제는 삼랑성 축제의 중심이 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전시는 22일까지.
미황사 자하루미술관 |
◇ 무각사·미황사 등에서도 상설 전시공간 열어
'땅끝마을 절'로 이름난 미황사도 불교문화와 현대미술의 조화를 보여주는 사찰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미황사 누각에 둥지를 튼 자하루미술관에서는 전시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개관전에는 윤석남, 이종구 등 국내외 작가 32명이 미황사를 소재로 한 한국화와 서양화, 설치 작품 60여 점을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
광주 도심 속 사찰인 무각사의 상설 전시공간인 로터스갤러리는 개관 7년 만에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는 개인전만 매년 7~8차례 열린다. 지역 신인 작가들을 지원하는 공모전도 벌써 5회에 이른다. 작품 주제도 불교문화로 한정 짓지 않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무각사 측은 "우리 절은 종교적인 공간을 넘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라면서 "종교와 상관없이 이곳을 찾는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기고 감동할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과 2013년 열린 해인아트프로젝트도 경남 합천 해인사 일대에서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대규모로 선보였던 행사다. 2015년 5월 신정아가 기획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가수 조영남의 전시도 부천 석왕사에서 진행됐다.
해인아트프로젝트에 나왔던 박성희 '바위에 갇힌 부처를 보다' |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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