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미즈노 가즈오 지음, 이용택 옮김| 더난출판사 |232쪽|1만4000원
“20세기 말이 되자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석권하면서 국가는 국민에게 이혼 서류를 내밀고 자본과 재혼하기를 선택했다. 당연히 이는 ‘주가와 이자율의 이혼’을 의미한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이다. 기업 이익과 주주 배당금은 많아지는데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지 않고, 비정규직은 늘어만 간다. 가계 수입의 하락은 구매력의 하락으로, 기업 성장의 정체로 이어지고 결국 주주들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이익을 챙기는 악순환을 낳았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빚을 제외한 자기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1년 최저점에 도달한 후 꾸준히 상승했지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과 가계 수입은 줄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 경제학자이자 제로 성장론자 미즈노 가즈오는 이 문제의 원인을 ‘주식회사’라는 시스템에서 찾는다. 시장을 무한히 확대해나가야만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 경영 태만과 부정부패를 부추기는 주주 유한책임제와 현금배당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맹목적인 성장전략과 전자금융, 세계화의 물결들이 결합하면서 주식회사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저자는 주식회사의 역사를 자세히 살피며, 자본 제국의 진실을 파헤친다. 그리고 주식회사가 갖춰야 할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한다.
최초의 주식회사는 1555년 영국에서 탄생한 머스코비 회사다. 국왕으로부터 모스크바대공국과의 무역 독점권을 얻어 설립된 이 회사는 18~19세기에야 일반화된 ‘투자자의 유한책임’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이는 주주들의 경영 태만과 낭비를 부추겼고, 현대에 와서는 기업들이 노동자 임금을 깎아서라도 이익을 내고 주가를 올리는 현상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주주와 경영자가 금전등록기에 손을 슬쩍 집어넣어 돈을 부당하게 빼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9세기 중반 ‘철도와 운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식회사는 주류가 됐다. 주식회사가 영화를 누리게 된 이유는 중기의 결합 시대에 거액의 자본을 조달해야 했던 기업가와 높은 수익을 추구하던 자본가가 주식회사라는 형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는 과학과 기수를 활용해 시장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했다. 그 결과 국민의 생활 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됐지만, 성장은 멈추었다.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21세기, 저자는 잠재성장률이 제로라는 사실을 전제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도 운하 시대의 ‘더 빠르게’, 대항해시대의 ‘더 멀리’, 과학혁명의 ‘더 합리적으로’라는 근대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더 가까이, 더 관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장이 ‘닫힌 공간’이었던 중세에 주목해 중세와 근대를 결합한 시스템을 제안한다.
잇따라 터지는 기업 비리, 빈부 격차 확대, 국가 채무 증가,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전 세계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이 책은 혼란스러운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조선비즈 문화부(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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