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5 (수)

[공감! 여행스케치] 영화 ‘동주’와 함께 하는 교토 역사문화 산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는 시인 윤동주(1917.12.30-1945.2.16.)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의 삶을 아는 이는 몇이나 될지, 그리고 그를 다룬 영화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2015)는 출발했다.

그 과정에서 시인의 동반자이자 고종사촌이며, 독립운동가이자 문학가인 송몽규가 등장한다. 그들은 1년 여의 유학생활을 교토에서 보냈다. 카모(鴨川) 강을 걷고, 몽규를 만나기 위해 그의 하숙집이 있던 기타시라카와(北白川)를 찾아가던 동주가 있다. 그들의 하숙집부터 등굣길 등 청춘의 시간이 기억된 길을 뒤쫓아 본다.

매일경제

옛 하숙집 터에 세운 윤동주의 유혼시비. ⓒ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토의 북동쪽에 교토조형예술대학이 있다. 가와라마치 역에서 버스로 약 25분, 교토 역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본 캠퍼스에서 다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분교인 다카하라 캠퍼스가 있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도보 3분 거리에 각자의 하숙집이 있었고, 누구의 집이든 상관없이 함께하며 시(詩)를 고민하고 조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렇게 깊어진 밤을 보내고 아침이 오면 평범한 청춘으로 돌아와 각자의 학교로 향했다.

매일경제

교토조형예술대학의 다카하라 캠퍼스.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숙집에서 송몽규가 다닌 교토대학까지는 도보로 20여분 거리다. 교토대학과 마주한 곳에는 ‘치온지’라 불리는 절이 있다. 정식 이름은 하쿠만벤(百万遍) 치온지(知恩寺)로, 이곳에는 테즈쿠리이치(手づくり市)라고 하는, 오로지 손으로 만든 물품만을 판매하는 벼룩시장이 있다. 수백 개의 상점에 외국관광객은 물론 먼 지방에서 원정 오는 타지인과 현지인까지 북새통을 이룬다.

매일경제

예불을 드리고 있는 하쿠만벤 치온지의 스님과 신자들.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86년 시작돼 매월 15일에 열리며, 모든 상점은 정식 등록비를 내고 판매증명서를 받는다. 시장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공예품, 패션, 생활용품 등 품목이 매우 다양하고 품질도 좋다. 모든 제품이 수제이기에 똑같은 상품이 없다. 교토의 벼룩시장은 유명한 사찰이나 신사에서 열게 되는데, 중생들의 시끄러움은 아랑곳 않고 대웅전에서는 예불이 진행되어 대조를 이룬다.

매일경제

시모가모 신사의 모습.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몽규는 교토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동주는 도시샤대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하여 다녔다. 두 학교는 도보로 약 25분 거리로, 이 둘을 잇는 거리 이름은 이마데가와(今出川), 도시샤대학으로 가려면 카모강을 건너야 한다. 왼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카모강과 오른쪽에서 흘러내려오는 타카노강이 모여 하나의 카모강으로 흐르며, 그 모양이 알파벳 Y와 같다.

이마데가와 거리는 두 강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있으며, 타카노 강줄기가 끝나는 지점에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절 시모가모 신사(下鴨神社)가 있다. 입구에 세운 하늘 천(天) 모양의 붉은색 기둥문 도리이(鳥居)가 인상적인데, 신사의 매력은 2000년이 넘은 원시림을 잘 가꾼 신의 숲이라 부르는 타다스노모리다.

매일경제

도시샤 대학의 윤동주 기념시비(위)와 정지용 기념시비.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시샤대학에는 윤동주와 정지용 시인의 시비(詩碑)가 있다. 정지용은 윤동주가 가장 좋아했던 시인이자 도시샤 대학 동문으로, 동주의 시가 세상 밖에 나오도록 도움을 주었다. 영화 <동주>에서는 동주가 정지용 시인을 만났지만 살아 생전 둘이 만났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기념 시비로 함께 있는 모습은 자랑스럽지만 더불어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조국을 잃은 청춘들이 감당했을 아픔이 잠시 살아나서이다.

오래된 건물이 있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구경하고 시비에서 가장 가까운 출구인 서문으로 빠져 나오면 길 건너 정면에 커피숍 문화당 가배점(文化堂珈琲店)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는 동경에서 오는 친구 쿠미와 도시샤 대학교 서문 앞 카페에서 만나는 약속을 한다.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커피를 한잔하며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매일경제

모래정원이 시선을 잡아 끄는 은각사.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이마데가와 거리 동쪽 끝에는 은각사로 알려진 히가시야마 지쇼지가 있다.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가 은퇴 후 거주 목적으로 만든 저택과 정원으로, 사후 불교 선종(禪宗)에 기증된 세계문화유산이며 긴카쿠(銀閣)와 도구도(東求堂)는 일본 국보로 지정된 건물이다.

은각사(銀閣寺)라는 애칭은 금각사를 따라 은을 덮으려 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은으로 장식되지 못했지만 건물은 소박하고 주변 정원의 풍광은 아름답다. 하얀 모래로 표현한 바다와 쌓아 올린 모래더미의 조화가 정갈하다.

매일경제

세계문화유산인 우지 뵤도인의 봉황당.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동주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인 1943년 5~6월 경 교토 근교의 우지시(宇治市)로 학교 친구들과 송별 야유회를 나섰다. 그의 마지막 사진으로 기록된 아마가세 다리로 가는 길에 세계문화유산 뵤도인(平等院)이 있다.

1052년 당시 최고 권력자 후지와라 요리미치가 그의 아버지 후지와라 미치나가에게서 물려받은 별장을 사원으로 바꿔 지었다. 일본 동전 10엔에 등장하는 곳으로, 봉황당의 지붕에 황금빛 봉황이 기품 있게 서있다. 천년고찰 보됴인을 나와 우지강변을 따라 아마가세 댐 방향으로 걸음을 한참 옮기면 그제야 아마가세 다리가 보인다.

매일경제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사진으로 알려진 우지시의 아마가세 다리. ⓒMK스타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현수교는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올 가을에는 아마가세 다리 근처로 윤동주를 기리는 기념비가 추가로 제작된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은 아마가세 다리를 건너 우지가미 신사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거나, 아마가세 댐까지 올라가 우지가미 신사로 내려올 수도 있다. 수풀 우거진 조용한 길은 건강한 공기와 더불어 사색하기에 더없이 좋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세계문화유산인 우지가미 신사를 들러도 된다. 우지는 교토 역에서 기차(JR나라선)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빠르며 소요 시간은 약 20분이다. 녹차로 유명한 곳답게 역 내에는 은은한 녹차 향이 가득하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 - 교토역 : 특급열차 하루카로 약 75분 소요

특급열차 하루카를 타려면 이코카&하루카 패스를 구입해 한국에서 사전예약을 하고 공항 JR열차 사무실에서 수령하면 된다. 간사이 공항을 출발해 오사카, 고베 교토를 편도 또는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의 T머니 카드와 성격이 같다. 간사이-교토 기준 1500엔 충전된 이코카 카드와 하루카 왕복 티켓은 5200엔(카드 보증금 500엔은 환불 가능), 편도는 3600엔이다.

[MK스타일 주동준 기자 / 도움말・사진 : 김경아 (여행작가) ]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