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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10월 추천 여행지 ⑨]숲길과 옛 골목의 공존…광주 동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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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문화로 다시 태어난 도시의 가을'. 한국관광공사는 추석 연휴에 특색 있는 여행지를 돌아보며 보낼 수 있도록 '도시 재생'이라는 주제 아래 10월 추천 여행지로 서울 문래창작예술촌과 수제화거리 등 10곳을 선정했다. 추천 여행지는 △`다시, 예술로 피어나다, 서울 문래창작예술촌과 성수동 수제화거리` △강원 강릉 `문화와 예술의 옷 입은 오래된 동네, 명주동‘ △대전 ’도시가 품은 시대(時代)를 산책하다, 대전 대흥동&소제동‘ △충남 서천 ’옛 쌀 창고의 이유 있는 변신, 문화예술창작공간’ △부산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산복도로‘ △경남 창원 ’황량했던 빈 상점가에서 활력 넘치는 예술촌으로, 창동예술촌‘ △인천 `동화 속으로 떠나는 환상여행, 송월동` △충북 충주 `젊어진다, 유쾌해진다!, 충주 성내동’ △광주광역시 `숲길, 옛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한다, 동명동` △경북 영주 '역전의 전성기를 호출하다, 후생시장' 등이다.

뉴스1

광주 동명동 카페거리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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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은 숲길과 오붓한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하는 동네다. 마을을 감싸고 연결되는 푸른 숲길부터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골목까지 소담스럽게 모였다. 구도심의 오래된 골목은 시간 여행의 보물 상자를 열듯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다.

동명동은 옛날 광주읍성의 서동문 밖에 있는 마을로, ‘동문외리’ ‘동밖에’라 불렸다. 동명동에 담긴 뒷이야기는 사뭇 흥미롭다. 무등산 자락에서 내려온 동계천을 사이에 두고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었는데, 유력 인사들의 관사가 있던 윗마을이 지금의 동명동 카페거리다.

동명동 일대는 한때 학원가로 명성이 높았고, 학부모들이 머물던 카페가 많았다. 최근에는 문화 공간과 이색 카페가 생기며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동명동 카페거리에는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곳에는 낯익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개성이 드러난 카페가 대부분이다.

동명동 여행은 ‘푸른길’을 따라 거닐며 가을 산책에 나설 일이다. 동명동 재생의 기틀이 된 푸른길은 동네 외곽을 감싸듯 이어진다. 푸른길은 시민들이 주도해 경전선 폐철도가 산책로로 변신한 곳이다. 오솔길은 광주역에서 광주천까지 8km 가까이 연결되는데, 곳곳에 일상과 연계된 길거리 건축물 광주폴리가 작은 쉼표를 찍는다.

푸른길의 농장다리는 1960년대까지 인근에 있던 광주교도소 재소자들이 농장 사역을 하러 갈 때 건넌 다리로, ‘푸른길 문화샘터’라는 폴리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동구도시재생지원센터 뒤편의 ‘꿈집’, 한옥을 식당으로 개조한 ‘쿡폴리’ 등이 푸른길 인근에서 만나는 광주폴리 건축물이다.

올해 초 문을 연 쿡폴리는 도심 재생, 청년 일자리 등을 맛있는 관점에서 접근한 작품이다. 카페·바 형태의 유리온실 ‘콩집’과 한옥을 리모델링한 한식집 ‘청미장’으로 구성되며, 광주청년조합이 운영한다. 푸른길과 나란히 연결되는, 농장다리에서 산수동으로 내려서는 길목은 호젓한 분위기가 완연하다. 앙증맞은 간판을 단 소규모 책방이 늘어섰고, 들썩이는 동명동 카페거리와 달리 낮은 창문에 자그마한 카페가 골목 한쪽을 채운다.

책방 사잇길로 접어들면 동밖에 마실골목이 동심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윗마을의 부촌과 달리 비좁은 골목은 이곳 서민의 생활상을 담은 추억의 벽화가 눈에 띈다. 투박한 라디오 소리, 도란도란 주고받는 담소가 담장 너머로 흘러나오는 정겨운 길이다.

푸른길을 따라 광주천 쪽으로 향하면 삶의 대비와 맞닥뜨린다. 옛 골목과 높은 아파트 단지가 달라진 일상을 방증하듯 경계를 이루며 펼쳐진다. 청과물을 파는 산수시장 이정표, 동명여자중학교 터에 자리한 광주서석교회도 살갑게 다가선다. 교회 앞길에는 자그마한 수변 공원이 있다.

동명동 카페거리에서 갈라지는 길은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고위 공무원의 관사 터에는 옛 금호문화회관이 웅장한 기와집의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다. 액자를 만들던 표구점 거리가 나란히 연결되고, 길 끝자락 장동로터리에는 나무와 철, 콘크리트가 어우러진 폴리 ‘소통의 오두막’이 도심 재생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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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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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일대는 예술과 문화라는 자양분으로 시대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낸 흔적이 도드라진다. 동명동에서 벗어나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어진다. 2015년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이곳은 광주 문화 예술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라이브러리파크’는 책 읽는 여유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며,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조각 작품과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전남도청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광주 예술의 과거를 되짚고 싶다면 궁동 예술의 거리로 발길을 옮기면 된다. ‘광주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곳으로, 동명동과 달리 오래된 찻집과 갤러리, 개미장터 등이 골목을 채운다.

골동품과 예술인의 작업장이 어우러진 길목은 토요일에 차 없는 거리로 변신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며, 버스킹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예술의 거리에서 전통시장과 문화 예술 공간이 뒤섞인 대인시장까지 걸어서 닿는 거리다. 스산한 가을 오후라면 대인시장의 뜨끈한 국밥도 놓칠 수 없다.

변해가는 광주의 거리를 얘기할 때 '1913송정역시장'이 회자된다. 광주송정역이 생긴 뒤 매일송정역전시장이 1913송정역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말이면 나들이하는 가족과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해가 저물면 청춘의 밤이 차오르는 곳이다. 시장은 1913년에 형성되어 104년 전통을 자랑하며, 재치 넘치는 상점과 옛 시장 사람들의 점포 50여 개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방인을 맞는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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