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투표 강행 후폭풍 / 이라크 내 500만명 중 78% 투표… dpa통신 “90% 이상 찬성” 보도 / 이라크 “제2의 이스라엘 안 될 말”… 의회, 거주지역 파병 권고안 의결 / 터키·이란도 쿠르드족 다수 거주…“송유관 봉쇄” “항공편 폐쇄”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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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 시리아의 쿠르드계 주민들이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실시된 25일(현지시간) 북동부 까미슐리에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깃발을 흔들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까미슐리=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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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이라크 군인들이 25일(현지시간) 쿠르드족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터키 군과의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하려고 군수송기를 이용해 터키 남부 실로피에 도착한 뒤 대기하고 있다. 실로피=AP연합뉴스 |
AP통신 등에 따르면 KRG의 분리·독립 찬반 투표가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에 종료됐다. 전체 유권자는 534만명이며 잠정투표율은 78%로 집계됐다. 투표결과는 26일 오후쯤 윤곽이 드러나고 최종결과는 주말에 나오게 된다. 찬성 비율이 압도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dpa통신은 KRG 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 90% 이상이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일찌감치 찬성으로 판가름났다며 축하행진이 벌어졌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통행금지도 발표됐다.
독립국가를 수립하려는 KRG와 이라크 중앙정부, 이란, 터키 등 주변국 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쿠르드족 500만명이 거주하는 이라크 의회는 25일 긴급회의를 열어 KRG와 관할권 분쟁이 있는 모든 지역으로 군대를 이동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권고안을 가결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KRG의 투표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며 “쿠르드족이 제2의 이스라엘이 되려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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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1400만명이 사는 터키는 투표에 가장 민감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5일 KRG의 원유 수출 송유관을 막겠다고 위협했다. KRG의 원유는 터키 검문소를 거쳐 남부 항구에 도달, 지중해를 통해 이스라엘 등으로 수출된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은 내륙에 있기 때문에 봉쇄당하기가 쉽다.
쿠르드족은 100년 전 중동 국경을 확정한 영국과 프랑스 간 협정으로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 등 4개국으로 인위적으로 갈라졌다. 이후 각국 중앙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나라 없는 설움’을 겪었다. 영국, 미국 등 열강은 쿠르드족이 속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이들에게 독립을 밀약하면서 이해타산에 따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쿠르드족은 이들에게 매번 배신당해 국가 수립의 숙원을 접어야 했다.
쿠르드족에 대한 동정론이 많지만 냉정한 비판도 상존한다. 쿠르드족은 유목민으로 부족성이 강할 뿐 역사적인 민족 정체성은 희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민족 전체의 목표보다 각 지역에서 이익만 쫓아 행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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