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독일 극우의 '간판'...70대 베테랑 정치인과 골드만삭스 출신 동성애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독민주연합(CDU)에서 잔뼈 굵은 70대 남성 정치인과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경제학 박사지만 정치 경력은 일천한 30대 동성애 여성. 나이, 이력, 성향 모두 어울리지 않는 알렉산데르 가울란트(76)와 알리체 바이델(38)의 조합은 기묘하다. 하지만 이들이 공동 총리후보로 나선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는 2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창당 4년만에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득표율 12.6%로 제3당 자리까지 차지했다.

가울란트는 바이델이 태어나기도 전인 1970년부터 30년 넘도록 CDU에서 활동하며 헤세주 국무장관 등을 맡았다. 도이체벨레는 “CDU의 보수적 견해를 대변하는 이로 명성을 쌓았고, 국가 개입의 최소화를 믿는 경제적 자유주의자”라고 그를 소개했다. 당내 보수파 모임인 베를린 서클에 주축 멤버로 활동하던 그는 남유럽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에 반발하며 2013년 AfD를 창립했고, CDU를 떠났다. 이후 그는 AfD 부대표를 맡아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유화적인 난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독일 여권을 소지했다고 모두 독일인은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독일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데 앞장섰다. 가나인 아버지를 둔 축구 국가대표 제롬 보아탱을 향해 “이웃으로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는 등 여러차례 구설에도 올랐다. 도이체벨레는 가울란트가 “보수주의자에서 민족주의자로 변신했다”고 적었다.

바이델은 2013년 AfD에 가입했지만 이번 총선 이전까지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포린폴리시는 “가울란트가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선동가로 비치는데 비해 바이델은 민족주의자라기 보다 세계주의자에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초 바이델은 구제금융 비판에 초점을 맞췄지만 총선이 다가오면서 그 역시 난민 정책 비판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슬람혐오를 자극하는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당내 온건파로 분류된다. AfD는 전통적인 가족상을 강조하며, 동성혼에 반대하지만 바이델은 스리랑카 출신 동성연인과 함께 살고 있다. 바이델은 스스로를 “고전적인 자유주의자”로 평가한다. 선거 기간 성차별적이며 외국인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 받은 AfD 포스터에 대해서도 “완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비교적 온건한 성향 탓에 바이델의 당내 입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시 온건파로 분류되던 프라우케 페트리 대표는 총선 바로 다음날 연방의회에서 AfD 소속으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경파 가울란트 등과 권력싸움에서 밀린 탓이다. 바이델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며 페트리를 비판했지만,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AfD가 극단주의에 빠질수록 당내 바이델의 미래 또한 나빠질 수 있다”고 적었다.

아직까지 바이델은 개인 성향과 당 정책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을 잡아 오고 있다. 동성애 이슈에 대해 그는 “독일 정치에는 동성애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포스터가 논란이 됐을 때도 자신은 반대하지만 당내 다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 차이는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대표까지 맡았던 페트리가 결국 당과 충돌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민족전선(FN)의 브레인이자 마린 르펜의 ‘오른팔’로 불렸던 플로리앙 필리포는 지난 21일 “비웃음거리가 되고싶지 않다”며 당을 나갔다. 국립행정학교(ENA) 출신 엘리트에 동성애자로, 당의 극우 이미지를 희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필리포와 바이델은 겹치는 부분이 작지 않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