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ECB 드라기, 獨 극우정당 전 대표 공격에 '발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드라기 총재 "유도 질문 그만…환율변화, 유로존의 정치적 변화 반영" 선거결과 간접 우려도]

머니투데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5일(현지시간) 양적완화(QE) 정책을 공격하려던 독일 극우정당 전 당 대표에게 '유도심문을 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독일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부상한 데 대한 우려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전 당대표인 베른트 루케 유럽의회 의원은 이날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드라기 총재를 향해 QE와 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며 압박했다.

루케는 AfD 창당멤버였으나 2015년 7월 이슬람 반대 등을 주장하는 극우 인물 프라우케 페트리에 밀려 AfD에서 탈퇴했다. 현재 자신이 만든 '자유보수개혁당'(LKR)에 소속돼 있다.

이날 루케 의원은 ECB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인 QE가 '궁극적인 제한'이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독일 내 보수층은 QE로 풀린 돈이 독일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며 ECB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드라기 총재는 루케 의원의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면서 "당신은 내가 신문에 실릴 특정한 어떤 말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드라기 총재는 독일 총선 결과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오늘 보듯 환율 변화가 유로존의 일부 정치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정치적 위험부담이 유로존 회복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 총선 결과가 발표된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1.19달러 선 밑으로 후퇴했다. 지난 8일 1.20달러/유로를 상향 돌파했던 달러/유로 환율이 1.18달러/유로 대로 밀렸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독일 총선으로 극우정당 AfD는 독일 연방의회에서 제3정당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이후 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하는 사실상 첫 극우정당이다.

AfD의 연방의회 입성으로 독일 경제 및 ECB 정책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AfD가 3당으로 부상하면서 연정을 구성하기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대연정을 구상한 사민당(SPD)이 제1야당의 길을 가기로 하면서 단독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CDU·CSU 연합은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및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FDP는 유럽연합(EU)통합 진전을 반대하는 등 CDU·CSU 연합과 정책적 노선이 다른 점이 많아 뜻을 모으기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다.

한편 드라기는 전반적인 유로존 경제 회복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유로존 경제가 견고하고 광범위하게 회복되고 있으며 내수가 상당 부분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유로존 밖에서 발생하는 충격에 대한 회복력도 유로존 경제가 더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드라기의 이 같은 발언은 ECB가 예정대로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QE 축소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은 ECB가 10월 26일 회의에서 QE 축소 계획을 밝힌 뒤 내년부터 QE를 통한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