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017.07.01.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번에 북한의 도발이 대단히 개탄스럽고, 또 우리를 격분시켰다."(문재인 대통령)
"절대 제가 그 단어(개탄, deplorables)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대화가 오간 후 미국 측 인사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북핵 이슈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언급하는 자리에서 터진 웃음이라 다소 맥락에 안 맞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을 이어갔다. 그는 "대단히 감사하다. 문 대통령께서 '개탄한다'는 그 단어를 사용하신 데 대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행운의 단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탄한다'는 말에 반가워 한 것은 이유가 있다. '개탄'이라는 단어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계를 1년 전인 지난해 9월로 돌려보자.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와 경쟁하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에서 열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기부 행사'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할만한' 집단이라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발언은 역풍으로 이어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거 때 유권자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전략이다. 트럼프 후보 측은 "클린턴이 수백만명의 미국인을 모욕했다"고 비판했고, 클린턴 후보는 유감을 표명하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개탄'이라는 단어가 가져온 파장은 적지 않았다. 유력한 여성 후보가 한 일종의 '유권자 비하' 발언은 트럼프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남성들의 결집을 불러왔다. 수세에 몰렸었던 트럼프 후보가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클린턴이 당한 '충격의 대선패배'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이 사건이 선거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클린턴 본인이 지난 12일 펴낸 회고록을 통해 "'개탄스러운 집단' 발언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선물'을 건네준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이 정도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한 '개탄'이라는 말에 기뻐하며 "행운의 단어"라고 한 게 이해가 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한·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밝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터프해서 좋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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