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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직업연수 고려인 청년들 "모국서 배운 기술로 창업·한류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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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재단 초청 인천재능대서 3개월간 직업교육…22일 수료식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식당이나 미용실을 차려서 음식과 미용에서 한류를 전파하겠습니다."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지난 7월 3일부터 인천재능대에서 3개월간 한식조리·뷰티 메이크업·헤어미용 등의 직업연수를 받아온 고려인 청년들은 수료식을 하루 앞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귀국하면 모국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창업하거나 관련 분야에 취업할 계획"이라며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러시아·CIS 지역 고려인 차세대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직업연수에는 44명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인천재능대에서 7월 초부터 직업연수에 참가한 고려인 청년들 좌측부터 안 알렉세이, 다찌아나 박, 알렉산드라 양, 텐 소피아, 포즈낙 나제즈다, 쯔하이 빅토르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한식조리를 배운 고려인 3세 쯔하이 빅토르(29·남) 씨는 "10년간 여러 식당에 근무하며 이탈리아·프랑스·일본 요리 등을 다양하게 배웠지만 고려인으로서 한식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며 "귀국하면 고향인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시에 첫 한식당을 열겠다"고 말했다.

빅토르 씨는 "K팝 등 한류로 인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기회"라며 "한식은 웰빙식이 많아 제대로 소개하면 현지인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알렉세이 안(21·남) 씨는 "지난해 이 연수에 참가했던 지인이 창업한 한식당에 합류하기로 했다"며 "러시아에도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있어서 만둣국을 인기메뉴로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이르쿠츠크시 기술대학에서 조리와 제빵을 전공했다.

이들은 매일 오전 한국어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5시간씩 이론을 병행한 실습 위주 교육에 참여했다. 주말에는 한국 문화 탐방 활동을 벌였다.

재능대 관계자는 "보통 8∼10개월 걸리는 실기 과정을 3개월로 압축해 집중적으로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발레 선생을 하다가 뷰티·메이크업 과정에 지원한 포즈낙 나제즈다(23·여, 벨라루스) 씨는 "웨딩·연예인·패션쇼·파티 분야 화장과 피부 미용 등 앞선 한국의 뷰티 기술을 배워 행복하다"며 "돌아가면 패션쇼 메이크업 분야에 도전할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속눈썹 전문 미용사로 일하기도 했다는 텐 소피아(24·여, 러시아) 씨는 "진한 화장법이 유행인 러시아와 달리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은은한 멋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며 "화장품도 다양하고 피부에 덜 자극적이라서 여기에 러시아식을 접목해 '뷰티 한류'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양(24·여, 우즈베키스탄) 씨는 "헤어미용 5년 경력이 있어 쉬울 줄 알았는데 최신 유행 기법과 첨단 장비 사용 등을 배우다 보니 어느새 3개월이 훌쩍 지났다"며 "한국에 기술을 배우러 간다는 게 알려져 졸업도 하기 전에 타슈켄트의 유명헤어샵 채용이 결정됐다"고 기뻐했다. 처음 모국을 찾았는데도 고향에 온 것처럼 푸근해 너무 좋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4년간 남성 헤어 컷 전문미용사로 활동했다는 다찌아나 박(33·여, 키르기스스탄) 씨는 "여성 헤어미용 쪽도 자신이 생긴 것이 최대 수확"이라며 "이제 미용실을 창업할 자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대부분 고려인 3세들로 한국어를 거의 못하던 이들은 3개월 연수를 통해 간단한 일상회화가 가능해졌고 한민족이라는 것에 자부심도 생겼다고 했다. 일부는 "전공분야의 한국어 서적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돌아가서도 계속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동포재단은 고려인 청년이 거주국에서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나아가 주류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초청 직업연수를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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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7월 초부터 인천재능대의 직업연수에 참가한 고려인 청년 44명은 3개월간 한식조리, 뷰티 메이크업, 헤어미용 등을 배웠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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