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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송이가 풍년이네…가격도 절반 싸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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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송이버섯 채취현장 가보니…

매일경제

강원도 양양군에서 30년간 자연송이를 채취해온 권순노 씨가 소나무 밑에서 캐낸 자연송이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이마트]


장비는 단출했다.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막대기와 스티로폼으로 된 박스가 전부였다. 두 가지 장비를 챙긴 권순노 씨(63·양양송이협회장)는 강원도 양양군 내현리에 위치한 조그마한 산을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했다. 제대로 길도 나 있지 않은 숲을 20여 분 오르자 하늘로 곧게 솟은 소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막대기로 수풀을 헤쳐보는 등 그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자연송이 채취만 30년간 해온 내공 덕분일까. 기자의 눈에는 단순한 낙엽 더미로 보였던 곳에 다가간 그가 조심스레 낙엽들을 치우자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 불리는 자연송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권씨는 "보통 사람들은 눈앞에 송이가 있어도 잘 찾지 못하고 심지어 밟고 지나가도 눈치를 못 챈다"며 웃었다.

막대기를 이용해 송이를 땅에서 꺼낸 그는 장갑을 끼고 조심히 흙을 털어낸 뒤 부드러운 천으로 송이를 감싼 채 박스에 넣었다. 제값을 받으려면 송이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송이가 가장 큰 수입원인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송이가 많아 다행"이라며 "연휴에도 매일 산에 올라 송이 채취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자연송이 산지인 양양군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양양군 경제에서 가을 한철에 나는 자연송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하는데 올해가 8년 만에 맞는 10월 추석이라 선물세트를 위한 송이를 채취하는 데 시간이 충분한 데다 올여름 많은 비로 예년보다 훨씬 일찍 물량이 나올 정도로 작황이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림조합중앙회에 공시된 자연산 송이버섯 공판 현황을 보면 올해 첫 공판은 추석을 30일 앞둔 지난 4일 진행됐다. 작년 첫 공판일(9월 14일)보다 열흘 일찍 송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물량도 '송이 풍년'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다. 작년 송이 첫 공판장에 나온 물량은 35㎏이었던 반면 올해는 188㎏에 달한다.

특히 양양 송이는 최고급 제품으로 명성이 높다. 양양에서 송이를 가장 큰 규모로 거래하는 해송KNS의 이미옥 대표는 "양양은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큰 일교차 등 송이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송이를 까다롭게 고르는 일본인들이 매년 가을 열리는 양양 송이축제에 전세기를 빌려 찾아올 정도"라고 전했다.

올해 송이가 풍년을 예고하면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선물세트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유통가도 바빠지고 있다.

예로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송이는 기품 있는 추석 선물의 대표주자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백로를 기점으로 소나무 숲에서 채집되는 자연송이는 향기는 물론 크기와 형태 면에서 9월부터 10월 사이에 채취되는 것이 가장 우수한 품질을 자랑해 추석 선물 시즌에 물량 대부분이 판매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비싼 가격과 부족한 물량으로 인해 자연송이는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0년부터 7년간 추석이 9월에 있어 추석 전 채집된 자연송이 물량이 크게 부족했다. 작년에는 추석 바로 전날 송이 첫 공판이 시작되기도 했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치솟았다. 작년 추석 백화점에서 자연송이는 약 150만원(1㎏·1등급 기준)에 판매됐다. 이마트는 작년에 아예 판매를 포기했다.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2등급으로 등급을 낮추더라도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가 원활한 판매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던 자연송이가 올 추석에는 풍년으로 보다 '겸손한' 가격으로 나오면서 선물세트로 다시금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이미옥 대표는 "유통업체들에서 현금으로 바로 결제해줄 테니 좋은 송이를 많이 확보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21일부터 자연송이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25일부터는 대형 점포에 상품을 진열해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750g에 44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작년 판매가의 절반가량, 재작년에 비해서는 25%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백화점도 작년 추석의 반값 수준에서 자연송이를 판매하고 있다.

이구남 이마트 채소팀 바이어는 "올해 풍년을 맞아 양양에서 대규모 송이 물량을 확보해 자연송이 선물세트를 준비했다"며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양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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