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 보호 수단으로 쓰이는 글라스 세라믹 소재인 '파이로세럼', 세계 유일의 삼중 압축유리인 '비트렐 유리', 발명왕 에디슨의 유리램프에서 유래한 내열유리 등 최첨단 기술력을 모두 주방용품에 담은 회사가 있다. 글로벌 주방용품 제조사 월드키친이 그 주인공이다.
월드키친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선다. 지난달 월드키친의 CEO로 임명된 뒤 처음 한국을 찾은 케네스 윌크스 대표(사진)는 "한국 직원 채용을 늘리고 한국인의 식사 방식에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6년부터 한국인 디자이너를 주축으로 아시아 디자인팀에서 선보인 아시아 패턴 상위 20개 제품이 평균보다 약 61%나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주로 마케팅과 상품 개발 분야에서 한국 직원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드키친은 1915년 미국 최초 기업연구소인 '코닝연구소'에서 출발한 회사다. 1998년 미국 코닝에서 분리된 뒤 내열유리식기 브랜드 '파이렉스', 유리접시 브랜드 '코렐', 저장용기 브랜드 '코렐 스냅웨어', 글라스 세라믹 조리용기 브랜드 '비전' 등 10여 개 주방용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6억4000만달러(약 7331억원)를 올린 월드키친은 현재 주방용품 세계 시장에서 5위, 미국 시장에서 4위를 달린다.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에 진출한 월드키친이지만 특히 한국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주력 브랜드 코렐의 경우 한국이 아시아 시장 매출 1위, 글로벌 시장 2위를 기록할 정도다. 글로벌 기업의 CEO가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인 중국에 앞서 한국을 찾은 것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국이 글로벌 주방용품 업체에서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최근 빠른 성장을 보이는 국내 주방용품 시장이 있다.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13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45%인 5조원가량을 주방 식기 시장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연히 이케아·현대리바트 등까지 뛰어들어 식기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지만 최강자는 월드키친이다.
김인욱 한국월드키친 대표는 "지난해부터 외부 리서치 회사와 함께 국내 전체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백화점 매출은 상위 3개사에 포함되고 할인점은 5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월드키친의 경쟁력은 100년 넘게 쌓은 기술력에 더해 비교적 일찍 한국에 진출해 쌓은 노하우와 유통망,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다. 지난해부터 GS홈쇼핑이 월드키친 지분 9.1%를 인수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경영에 참가했다. 이후 월드키친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윌크스 대표는 "유행에 민감하고 품질에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은 주변 아시아 시장의 소비 패턴을 주도하고 주방용품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월드키친은 한국의 주부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얻은 지식을 세계 시장에 확대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밥그릇, 국그릇, 면기 등 한국식 식사에 최적화된 '코리안 웨어' 제품군은 2012년 국내 출시 이후 지금은 미국·중국·인도·싱가포르 등지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코렐의 작년 국내 매출 가운데 24.7%가 냉면기, 면기에서 발생했다. 한국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한국·미국 공동팀에서 내놓은 캐주얼 프리미엄 브랜드 '마켓 스트리트 뉴욕(MSNY)'의 경우 기존 브랜드 매장보다 매장당 매출을 2배 이상 올리고 있다.
향후 월드키친은 신제품과 유통망을 확충하는 형태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파이렉스와 코렐의 저장용기 '스누피 라인', 비전 리버스와 같은 조리용품이 대표적이다. 이달 말까지 코렐의 '자연스러운 테이블텔링' 캠페인을 통해 내추럴 패턴 2종이 출시된다. 윌크스 대표는 "앞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찬기, 조리용품, 저장용기 신제품과 더불어 '헬스케어 주방용품'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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