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31일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난 후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반응이다. 6년간 끌어온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1조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액이 발생하는 상황에 몰린 사측 대표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기아차는 21일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표면상으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인한 생산량 조절, 근로자의 건강 확보,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장시간 근로 해소 정책 부응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상임금 여파 현실화..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필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앞서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1심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맞다"며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른 판결액은 4223억원이다. 이는 2만7424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 2개월간의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달라는 부분에 대한 판단금액이다.
하지만 기아차가 판단하고 있는 실제 부담액 1조원은 대표소송 판결금액을 기아차 전체 인원으로 확대하고 대상 기간 5년 10개월분을 적용한 뒤 집단소송 판단금액 4223억원을 더한 것이다.
여기엔 2011년 소 제기일부터 법정이자와 연장∙휴일∙심야근로수당, 연차수당 등 인건비 증가와 이에 따른 퇴직충당금 증가분,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법정비용 증가분도 포함됐다.
노조가 2심, 3심에서도 승소할 경우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받지 못한 임금까지 소급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통상임금 여파가 현실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 문제로 촉발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대내·외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를 통한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아차의 화성 공장/사진제공=기아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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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소송 따른 비용 증가에 선제대응..근로자 임금↓= 기아차는 결국 통상임금 소송 결과로 늘어나는 임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 카드를 꺼냈다는 얘기다. 전체적인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기아차는 2013년에 기존 '10+10시간 주야 2교대'의 심야 근로를 크게 줄여 '8+9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뒤 올해부터 30분 잔업을 포함한 '8+8시간 근무제'를 운영해왔다.
이번에 중단되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모두 30분이다. 이에 따라 근무시간은 광주공장 기준으로 기존 '1조 오전 7시~오후 3시50분, 2조 오후 3시50분~밤 0시 50분'에서 '1조 오전 7시~오후 3시40분, 2조 오후 3시50분~밤 0시30분'으로 조정된다. 2조가 작업을 끝내는 시각이 밤 12시 50분에서 12시 30분으로 바뀌면서 심야 근로시간이 20분 단축되는 셈이다.
소하리·화성공장도 기존 '1조 오전 6시50분∼오후 3시40분, 2조 오후 3시40분∼밤 0시40분'에서 1조 오전 6시50분∼오후 3시30분, 2조 오후 3시40분∼밤 0시20분으로 근무시간이 조정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잔업 중단으로 1인당 줄어드는 임금 규모는 연간 100만원대로 추정된다"며 "특근 최소화로 인한 임금 감소폭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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