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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돈 파티는 끝났다…美 보유자산축소] 10년 경제위기 주기설 다시 고개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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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옐런(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한국 경제에 '퍼펙트스톰'을 몰고 왔다. 미국의 보유자산 축소는 예견된 이슈였지만 실물 및 금융시장 어느 한 곳에서라도 '누수'가 발생한다면 그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전염될 잠재적인 위험성이 크다.

다소 무리하게 들렸던 '10년 주기 위기설'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모기지 채권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10년 간격으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살아나던 경제도 주춤한다. 안으로는 내수부진과 건설경기 침체, 14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등의 영향으로 올해 2.8% 성장을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밖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외치고 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을 노골화 한다. 기업들은 2018년 경영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 지 벌써 걱정한다.

◆ 주춤거리는 韓경제에 충격줄까

정부와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복합 충격의 발생이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와 금리인상(연말), 중국의 경제보복 확대 등 이른바 'G2 리스크' 외에도 유럽과 신흥국의 경제불안, 지정학적 불안 등이 대외적인 주요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들 리스크가 한꺼번에 맞물려 터진다면 충격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7년 한국경제가 1997년과 닮아 있다는 증거는 많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성장률 평균은 1분기 0.5%(전분기 대비ㆍ35개국 기준)에서 2분기 0.7%(현재 집계된 27개국 기준)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은 0.6%로 현재까지 집계된 27개국 가운데 18위로 밀려났다. 1분기 1.1% 성장하며 35개국 중 8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계단이나 하락한 셈이다. 특히 한국은 1분기 대비 2분기 성장폭이 0.5%포인트나 감소, 핀란드(1.2→0.4%)와 슬로바키아(1.0→0.3%)에 이어 세 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진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 개선 추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다른 부문은 조정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경기개선 추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민간소비는 다시 '뒷걸음'할 가능성이 있다.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뒷걸음질하는 가운데 2.6%대인 소비자 물가는 체감경기를 더욱 살벌하게 만들 전망이다. 집값 등 자산가격 거품도 더는 '이웃 나라(일본)' 얘기가 아니다.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은 한국 경제가 짊어진 또 다른 위험요인이다.

20여년 전인 1997년에도 그랬다. 그해 11월 21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IMF의 '신탁 경제 체제'가 시작됐다. 외환위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97년 1만2000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듬해 절반 수준인 7300달러로 떨어졌다. 4.7%였던 경제성장률은 -6.9%로 곤두박질했다. 98년 1분기 최종 소비지출증가율은 10% 넘게 감소하는 '쇼크'를 겪었다. 이후 3분기 연속 큰 폭 감소율(-10% 대)을 보이면서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경제를 향한 경고장도 잇따라 날아든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북한과의 무력충돌이 장기화하면 한국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재정적 비용이 훨씬 커질 것이다"며 국가 신용도가 몇 단계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피치도 지난 10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다면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중 양국간 갈등은 이미 관광과 대중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나췄다.

◆ 위기 극복할 컨트롤타워 기능 확립해야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낳을 뿐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 한국경제가 성장이냐 후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은의 분석과 달리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걱정이다. 과거 위기 때는 한국과 신흥국 등 몇 나라로 제한됐다. 선진국과 세계시장은 괜찮았다. 한국만 달러가 부족했고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위기가 퍼진다면 동시에 안 좋다.

특히 우리는 무역으로 먹고사는데, 물건을 팔 시장이 비틀거리고 있다. 기업들과 가계는 부채 더미에 앉아있다.

지난 20년간 산업 경쟁력은 올랐지만, 성장 잠재력은 뒷걸음질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 지수는 1995년 16위에서 2015년 13위로 세 계단 올라섰다.반면에 미래의 산업발전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한국의 산업응집력 지수는 21위에서 25위로 네 계단 하락했다.

최악 시나리오는 자산 버블이 꺼지는 것이다. '자산 가격 폭락→소비 위축→기업투자 감소→경기 위축'이라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까지 겹친다면 경제는 한동안 고물가·저성장이 함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위소득 50~100%에 속하는 한계 중산층이 추가 붕괴할 것으로 염려된다. 6월 말 현재 전체 가계부채는 1388조3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걱정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날 코스피, 원·달러 환율 등은 비교적 안정된 흐름이었다. 한국은행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상황을 수치화한 '금융안정지수'는 지난 8월 3.8로 올랐지만, 주의단계(8∼22)를 밑돌았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Fed 보유자산 축소의 국내 영향을 추산한 결과, 국내 성장률의 하락폭은 최대 0.02%포인트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연구원은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주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기능을 확립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경기 대책과 중장기적 사이클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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