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4 (월)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부른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뭐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지원금·인건비 등 세입·세출항목 세세히 규정

누리과정비 인상 내세웠지만 본질은 설립자재산권

뉴스1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도로에서 열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9.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소동이 일단락된 가운데 세간의 관심이 이번 사태를 부른 내막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꺼낸 속사정에는 누리과정 인상 요구도, 국공립유치원 입학비율 확대정책도 아닌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개정안'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회원들이 주축인 한국유아정책포럼은 최근 이 규칙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재정건전성 확보 근거

교육부는 지난 2월24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공포했다. 개정안은 지난 1일부터 전면시행됐다.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은 사립학교법인(사립학교) 또는 사인(私人)이 설치·경영하는 학교 등 사학기관의 재무와 회계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담은 규칙이다.

기존 규칙 제15조의2(예산과목의 구분) 제1항에 유치원 회계 세입·세출예산 과목(별표 5, 6)을 신설한 게 골자다. 쉽게 표현하면 사립유치원이 정부지원·보조금을 얼마나 받고 썼는지 알기 위해 항목을 세세하게 규정한 것이다. 세출항목의 인건비를 예로 들면, 교원·직원 인건비를 따로 구분하고 각각 5개(급여·수당·복리후생비·법정부담금·퇴직금) 세부항목으로 쪼개 자세하게 명시하게끔 유도하는 식이다.

교육부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사립유치원 재무·회계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개정 전 사립유치원은 실정에 맞지 않는 초·중·고교의 세입·세출항목을 적용해 재무·회계처리를 해왔다. 그 때문에 일부 사립유치원은 괴리가 있는 세입·세출항목의 허점을 이용해 불법적인 회계처리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이 지난해 9개 광역시·도 사립유치원·어린이집 95곳을 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95%에 이르는 91곳이 205억원을 부당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하나는 누리과정 시행 후 정부지원금이 투입되는 만큼 혈세가 새는 것을 막고 학부모 부담 경비 누수도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마지막으로 감사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은 결국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과 재정건전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했다.

뉴스1

추이호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투쟁위원장(가운데)와 한유총 회원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교육부 규탄 및 휴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9.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단휴업 명분은 '누리과정비 인상'…본질은 규칙 재개정

사립유치원 측은 개정안에 반발했다.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은 유치원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을 교비회계로 규정해 이를 생활비 등으로 지출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둔 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유총 측은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은 유아교육을 통해 공익에 이바지하는 한편 생계 유지를 위한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가'이지 '넉넉한 재산을 유치원에 기부한 후 그 유치원에 직장을 구한 근로소득자'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결국 규칙 재개정을 목표로 지난 3월 한국유아정책포럼을 창립하고 정책적 대응에 나섰다. 이달 전면시행 무렵까지 4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를 초청해 재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알렸다.

하지만 정작 집단휴업 예고 때에는 규칙 재개정이 아닌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과 국공립유치원 확대정책 반대 등을 부각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설립자 재산권은 아무래도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공감을 사기 어렵다"며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은 학부모들과 직접 연관된 영역이기 때문에 명분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내세운 것"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누리과정 지원금은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에 요구할 일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는 국공립유치원 신·증설도 신도시 위주로 추진된다는 것도 다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집단휴업 예고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사립유치원 측은 물밑대응에 나섰다. 한국유아정책포럼은 지난 1일 개정안 전면시행 직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포럼 4차 세미나에서는 "개정안이 헌법 제15조 직업 수행의 자유, 헌법 제23조 제1항 재산권,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긴 46쪽 분량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교육부와의 집단휴업 철회 협상에서는 설립자 지위 회복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휴업예고 후 교육부 담당 국장 3번, 차관 1번씩 만났다"며 "그 자리에서 그동안 국가를 대신해 유아교육이 실행될 수 있도록 그 터전을 마련한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기여를 인정해달라고 했고 수익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의 개정된 재무·회계규칙도 반영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유총은 (휴업철회 협상과정에서) 교육부로부터 반드시 듣기를 원하는 게 있었는데 설립자에게 직접 지원이 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학부모와 아이들이 아닌 설립자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펼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kjh7@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