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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TF현장] 롯데 서울역·영등포역 '알짜점포' 존폐 기로…불확실성에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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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롯데마트와 영등포역 롯데백화점이 올해 말 점용 기간(30년) 만료를 앞두고 최근 정부로부터 임시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한시적 유예기간이라는 점에서 향후 영업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안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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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서울·영등포역=안옥희 기자] “우리는 롯데 직원이 아니고 협력사 직원이잖아요. (문을 닫으면) 롯데 직원은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나면 되지만, 우리는 갈 데가 없어요.”

지난 19일 서울역 롯데마트 식료품 코너에서 만난 협력사 직원인 40대 후반의 정순임(가명)씨는 고용 불안을 토로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서울역·영등포역·동인천역 등 민자 상업시설 3곳이 올해 말 점용기간(30년) 만료로 국가시설로 귀속, 그 중 서울역 롯데마트도 머지않아 폐점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은 뒤숭숭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씨 등 일부 직원들은 롯데마트 협력업체 직원으로, 아직 롯데나 회사 측으로부터 향후 매장 운영 계획, 고용문제와 관련한 어떠한 상황도 들은 바가 없다. 정 씨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매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 씨는 “아직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같이 일하는 언니가 (국가 귀속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다고 해서 알았다”며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식료품 코너에는 대부분 경력 10년 이상의 직원들이 많다. 정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정 씨는 “문을 닫는다면 젊은 사람들은 다른 데로 갈 데가 있겠지만, 우리는 이제 나이 들어서 갈 데가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전국 120개 점포 중 매출 1~2위를 다투는 '알짜점포'다. 서울역과 연결돼 있어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여행객 매출 비중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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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롯데마트는 전국 매출 1~2위를 다투는 알짜 매장이다. 서울역과 연결돼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안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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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직장인들은 단골 마트가 사라지게 생겼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역 근처 통신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유모 씨는 “맞벌이 부부라서 장 볼 시간이 따로 없다. 그동안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들러 장을 보곤 했는데 (롯데마트가) 없어진다면 동네 마트를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롯데는 서울역에 롯데마트·롯데몰, 영등포역에는 롯데백화점·롯데시네마 등의 점포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서울역 구역사는 한화역사가 30년째 운영 중이며, 롯데마트·롯데몰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영등포역사의 경우 롯데가 지난 1987년 영등포역을 새로 단장해 백화점 영업권을 받아 1991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개장했다.

영등포역사 내 롯데백화점은 30년 동안 건물에 대한 소유권은 롯데가, 땅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소유였다. 올해 말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기본 계약대로 땅과 건물 모두 국가에 기부채납 되는 상황이다.

올해 말 점용기간 만료를 앞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최근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직원 상당수는 “운영이 유지되는 게 가장 좋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자꾸 이슈가 되니까 기자들이 찾아오고 손님들도 물어봐서 영업에 상당한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유통업계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직원은 “폐점까지 1년~2년 유예기간을 준다는데 그 후 또 연장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롯데가 중소기업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대기업인데 설마 아무런 대책이 없겠느냐”며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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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사 내 롯데백화점도 올해 말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땅과 건물 모두가 국가에 귀속될 예정이었으나, 정부로부터 임시사용 허가를 받아 한시적으로 영업 기간이 연장된 상황이다. /안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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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향후 영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복잡한 계약관계를 맺고 입점한 소상공인들과 각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말로 30년 점용허가 기간이 끝나 국가로 귀속되는 서울역·영등포역·동인천역 등 3곳의 민자 사업자들에게 임시 사용허가 방침을 내놨다.

업계는 정부가 임시 사용허가 기간을 두면서 롯데가 당장 폐점 위기는 넘겼지만, 유예기간이 1~2년에 불과해 향후 철수 수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용기간이 만료되는 민자역사는 국가귀속, 국가 귀속 후 원상회복 또는 점용허가연장 등의 단계를 밟을 수 있다.

임시사용 허가 기간 이후 사업권 재입찰을 시행할 경우 관련법에 규정된 재임대 불가 등의 조건으로 현재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요하는 영업방식을 지속하기 어려워 백화점이나 마트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향후 롯데 재입찰 가능성에 대해서 업계에서는 희박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현재 롯데의 재입찰 기회가 결코 막혀 있지 않지만, 안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며 “정부에서 롯데와 연장하지 않고 굳이 환수한 다음에 새로운 위탁운영 사업자를 뽑겠다고 재공고를 낸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가 새로운 계약자가 선정될 때까지 입주한 매장들과의 계약을 잘 끝내는 게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소상공인과의 계약관계가 얽혀있는 유통업의 특성을 감안해 이들 역사가 내년부터 국유재산으로 환원되더라도 안정적인 사업정리를 위해 롯데 등을 상대로 우선 수의계약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명확한 게 아니어서 할 말이 없다”며 “점포를 계속 오픈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정부가 준 유예기간 동안 고객, 협력사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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