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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현대건설 챙기는 동생 현대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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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좌측)과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남다른 우애가 재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이들이 국내외 수주경쟁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챙겨주면서 형 먼저 아우 먼저하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엔 아우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국내외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으로 돕는 등 형을 끌어주는 움직임이 감지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총 사업비가 10조원으로 알려진 강남 최대어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측면지원이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GS건설과 시공비2조7000억원을 놓고 혈전을 펼치고 있는 현대건설을 위해 인근에서 디에이치 브랜드 사용을 양보해서다. 실제 신반포 22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전에서 강남에 깃발을 꽂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단지에서 디에이치 브랜드를 포기했다. 신반포 22단지 조합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원하다보니 현대엔지니어링도 디에이치 브랜드가 절실했지만, 인근에서 반포에서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를 내세워 혈전을 치르는 점을 감안해 구설을 막기위해 용단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반포에서 디에이치 브랜드가 2개 이상 터져다오면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이 현대건설을 외면하는 등 구설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앞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양측 협의를 통해 힐스테이트 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 디에이치도 함께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이 형(현대건설)을 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무려 3조8000억원 짜리 이란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석유화학 플랜트)를 사실상 단독수주 했지만, 형 몫으로 6000억원을 넘겨 공동수주 형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져서다.이 프로젝트는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100㎞ 가량 떨어진 페르시아만 톤박(Tonbak) 지역 내 가스전인 사우스파에 에틸렌(연산 100만t), 모노 에틸렌글리콜(50만t), 고밀도 폴리에틸렌(35만t),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35만t) 생산시설을 짓는 공사다. 총 수주금액은 30억9800만 유로(3조8000여억원)이고 현대엔지니어링 몫은 84.3%인 3조2000여억원, 현대건설은 6000여억원(15.7%)이다.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플랜트 사업 강자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에도 해외건설 수주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형인 현대건설이 유가 약세 등으로 해외에서 고전하자 형을 챙겨준 것이다. 이어 지난 5월에도 1조원 짜리 말레이시아 믈라카 복합화력 발전소 공사도 현대건설에 지분 15%를 넘겨주는 등 형인 현대건설을 이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형과 동생의 배려는 현대차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 소속 건설사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2곳이 있는 만큼 서로간의 협업으로 큰 시너지가 나게하려는 의도라는 의미다. 실제 현대차 그룹은 올해 5조원에 이르는 그룹 숙원사업인 삼성동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공사 물량을 발주하면서 7(현대건설)대 3(현대엔지니어링) 원칙으로 양측을 모두 배려했다. 뿐만 아니라 용산 옛 현대자동차서비스센터부지의 경우는 동생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도하게 하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에게 애틋한 정을 표현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와 기아차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같이 경쟁도하고 시너지도 발휘하길 바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의 형을 배려하는 듯한 행보는 더 의미가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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