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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글로벌 아이] 미 핵우산이 종이호랑이가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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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영환 도쿄총국장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구르는 눈덩이 모양새다. 덩어리는 한두 개가 아니다. 20여 년간 굴러 이제 크고 작은 돌덩이가 됐다. 김정은은 급기야 “국가 핵 무력 완성 목표의 종착점에 거의 다다랐다”고 15일 말했다. 미 본토를 핵미사일 사정권에 넣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언이다. 뒤집어보면 한국·일본을 겨냥한 중·단거리 핵미사일 배치는 끝냈다는 얘기다.

북한이 중·장·단거리의 3종 핵미사일을 갖추는 것은 핵무장에서 제3의 길이다. 중국-인도, 인도-파키스탄의 전략적 대립에 따른 인·파의 핵 개발 모델은 국지형이다. 북한은 미·러·중의 핵 대국 틈바구니에서 핵 강국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판 핵전략 태세 보고서가 머잖아 공개될지 모른다. 종심이 짧아 전략핵무기 한 발이면 잿더미가 될 북한의 핵 중무장에는 국가 안보가 아닌 수뇌부 안전 우선의 이질적 체제가 어른거른다. 게릴라전에서 출발한 병영국가의 DNA도 엿보인다.

현실적 북핵 억지력이 급해졌다. 관건은 미국 핵우산의 실효성이다. 한국 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론은 그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하지만 핵무장론은 공허하다. 좌절감·무력감을 한순간 달래주는 수사에 불과하다. 전술핵 재배치도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선 한·미 정부 당국자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은 핵우산밖에 없다. 미국은 현재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 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포함한 ‘확장 억제’ 제공을 공약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민의 불안이다. 유사시 괌 배치 전략 폭격기나 아시아 전개 항공모함 출동에는 시간이 걸린다. 북한은 중·단거리 미사일로 괌 공군 기지를 겨냥하고, 항모 전개를 견제하고 있다(접근 거부 전략). 미 핵전력이 한국에 없으면 종이호랑이가 아니냐는 우려는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그런 만큼 한·미 양국은 전술핵의 한국 배치에 준하는 핵우산의 상시 전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핵무기 탑재 잠수함의 한반도 근해 정기 순항은 한 방법이다. 이는 공표 자체로 대북 억지력이다. 동시에 핵무기를 노출하지 않는 미국의 정책과도 부응한다. 확장 억제의 전략적 유연성과 창조적 적용이 긴요해졌다. 그 기반은 동맹 간 신뢰다.

다른 하나는 비대칭적 대응이다. 경제력에 바탕을 둔 공세적 재래식 전략도 필요하다. 한·미의 방어용 야외 기동훈련은 북한에 아킬레스건이다. 북한 경제는 1976~93년의 한·미 연례 기동훈련(팀스피리트)에 맞대응 훈련을 하다 망가졌다. 석유·식량을 소진시켰다. 북한은 적의 훈련을 도외시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북한 핵을 보검(寶劍)이 아닌 덫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상력의 실패로 북한의 핵보유를 막지 못하면 안 된다.

오영환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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