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육대란 예고…교육부 임시 돌봄 서비스 마련
집단휴업을 예고했던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15일 오후 휴업을 전격 철회를 발표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오른쪽 두번째)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정혜 한유총 이사장(왼쪽 세번째)과 합의한 후 국회 교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유은혜 의원(오른쪽), 안민석 의원(왼쪽 두번째)과 손을 잡고 있다. |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사립유치원들이 철회했던 집단 휴업을 강행하자 교육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보육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교육부는 집중 감사 및 유치원 폐쇄, 고발조치 등을 내건 한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무기한 휴업까지 고려하고 있어 이 같은 혼란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을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을 향해 강력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집단휴업 참여하는 유치원 원장 대상의 재정지원금 환수하는 한편 유치원 정원감축, 모집정지, 유치원 폐쇄 등의 행정조치와 집중 감사가 취해질 예정이다.
박 차관은 "한유총 측의 집단 휴업 행위는 법에서 명시하고 있느 교육과정 준수의 의무를 저버린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학부모님들의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은 교육부 기자회견 직후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이호 한유총 투쟁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의 휴업이 불법이라는 교육부의 주장은 허위선동"이라며 "집단 휴업을 예정대로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교육자라서 협상에 대해 잘 몰랐고, 협상안이 저희 요구대로 만들어질 줄 알았다"며 "하지만 교육부의 제시안을 받았더니 우리가 제시한 내용과 전혀 달랐으며 서명안과 같은 공식적인 결과물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유총과 교육부는 앞서 지난 15일 오후 5시께 한유총의 집단 휴업을 전격 철회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합의는 10시간 만에 번복됐다. 같은 합의안을 두고 서로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교육부에 최초로 제시한 내용과 양 측 간의 합의안(제공=한유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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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교육부의 합의안과 한유총의 제시안은 사실 내용은 다르지 않다. 양 안(案) 모두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을 30만원으로 인상 ▲학부모 지원금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원점 재검토 ▲설립자 기여금 2018년도 재무회계규칙에 반영 ▲사립유치원 교육 다양성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교육부의 합의안은 '논의한다', '노력한다', '검토한다' 등의 표현으로 돼 있을 뿐이다. 이를 두고 한유총은 자신들이 제시안 협상안과 상이한 내용이라며 제시안의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8일 휴업을 발표한 이후 일주일 만에 양 측이 합의한 만큼 즉각적인 시행을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추 위원장은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 등 우리가 제시한 내용의 경우 교육부 시행령으로 돼 있는 만큼 별다른 절차 없이 즉각 시행할 수 있다"며 "이를 전부 이렇게 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 참가한 시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아학비 공ㆍ사립 차별없이 지원, 사립유치원 운영의 자율성 보장'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오는 18일과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휴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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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은 오는 18일 집단 휴업을 강행하는 한편 서울 여의도에서 유치원 원장 및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전국 유치원 4200여곳 중 3700여곳이 참여한다는 한유총의 예고와 달리 전국 17개 시도 중 대구·광주·대전·울산·세종·충남·경북·제주 등 8곳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다만 전국의 인구와 사립유치원이 몰려있는 서울·경기 지역 유치원들이 휴업을 강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보육대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의 사립유치원은 각각 약 700곳과 약 1100곳으로 전국 사립유치원의 40%에 달한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각계에서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유총이 이번 달부터 적용되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회계 감사는 비영리기관인 학교법인과 같은 수준으로 진행된다. 또한 사립유치원들은 이 개정안에 유치원 현장 근무 인력이 아닌 설립자의 재산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투명한 운영을 거부하고 설립자의 사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사립유치원들의 휴업은 어떻게든 정당화될 수 없다"며 "결국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휴업에 대한 합의를 이토록 손쉽게 뒤집는 것은 이들의 유아교육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송재혁 대변인도 "이번 휴업은 노동자의 권리 확보, 약자로서의 처우 개선을 위한 다른 파업과 다르다"라며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강행하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아교육은 공교육의 영역이다"라며 "공교육 영역에서 끝까지 사적 이윤을 추구한다면 차라리 이참에 폐업하고 적극적인 공립화를 하는 것이 낫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 임시상황반을 구성하고 유아 임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용하고자 하는 학부모는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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