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충제 계란' 파동은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계란과 같이 다양한 음식에 두루 쓰이는 식재료는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한창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고역이더군요. 계란 지단을 빼 어딘지 허전한 김밥은 물론이고, 막상 삶은 계란 반쪽이 없어지니 괜히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냉면까지. 의외로 많은 음식에서 계란이 활약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샐러드용 소스에서부터 다양한 음식에 곁들일 수 있는 마요네즈도 계란이 주 재료인 대표적인 식품 중 하나입니다. 구운 오징어와 궁합이 잘 맞아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마요네즈는 계란과 식용유, 식초가 핵심 재료입니다. 마요네즈를 만들 때 계란을 통째로 쓰기도 하지만, 주로 노른자만 분리해 씁니다. 계란 노른자는 물과 식용유를 잘 섞이게 해주는 유화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비결은 계란 노른자에 있는 레시틴이라는 분자에 있습니다. 레시틴은 작은 식용유 방울을 둘러싸 물과 잘 섞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식용유가 물에 완전히 녹는건 아니고, 물에 고르게 퍼지게 되는 정도랄까요. 이렇듯 서로 녹지 않는 두 가지 액체의 한 편이 다른 쪽에 작은 입자(콜로이드) 상태로 분산된 상태를 '에멀전'이라고 합니다. 네, 유분과 수분을 동시에 공급하는 화장품을 말할 때 쓰는 그 에멀전 맞습니다.
마요네즈의 이러한 성질 때문에 마요네즈가 묻은 그릇은 더운물이 아닌 찬물로 씻는 게 좋습니다. 마요네즈에 더운 물을 부으면 레시틴에 의해 섞여 있던 물과 기름 성분이 다시 분리돼 그릇을 기름 투성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찬물을 쓰면 물과 기름 성분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적 간단히 마요네즈를 씻어낼 수 있습니다.
계란 파동 때문에 마요네즈를 식용으로 쓰기 저어된다면 다른 활용법도 있습니다. 바로 튀김 등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할 때 자칫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기름에 붙은 불은 온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물을 끼얹었다간 화재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높은 온도에 물이 순간적으로 수증기가 되면서 마치 기름처럼 불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름에 붙은 불에는 주방화재 전용(K급) 특수 소화기를 쓰거나 산소를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이 때 마요네즈를 과감하게 쏟아부으면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요네즈 성분이 열을 받아 응고되면서 기름의 표면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덕분입니다. 단, 마요네즈도 식용유가 주 재료인 만큼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용도로 쓰는 게 좋습니다. 만약 주변에 마요네즈가 없다면 잎이 넓은 채소를 이용해 산소를 차단하고 온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방의 만능 파트너 베이킹소다도 기름 화재 진화에 효과적입니다.
일본에서는 마요네즈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을 '마요라'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을 포함해 거의 모든 음식에 마요네즈를 곁들여 먹는다고 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마요라에게 살충제 계란 파동은 얼마나 큰 후유증을 남겼을까요. 건강한 먹거리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IT조선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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