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비극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는 '리어왕'은,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심도 있는 해석과 뛰어난 기량의 배우진, 그리고 엄청난 예산을 요구하는 무대이므로, 쉽게 만나기 힘들었다.
그동안 대구시립극단은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매력을 가진 고전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는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제 42회 정기공연작 '리어왕'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처음으로 대구시립극단 무대에 오르는 명작이다. 대구시립극단은 '리어왕'을 통해 고전의 힘과 대구시립극단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바냐 외삼촌', '유리동물원','햄릿: 존재의 방식'등 굵직한 작품을 선보여 온 김미정 극단 구리거울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영미희곡을 전공한 영문학자로, 드라마투르거와 평론가로도 활동해 온 김미정 연출가는 작가의 의도와 원작의 메시지를 미니멀한 무대와 섬세한 앙상블에 담아낸 격조 있는 무대로 정평이 나있다. '리어왕'의 충실한 이해와 깊이 있는 해석을 위해 직접 번역까지 했다.
연극 '리어왕'은 오만함에 눈이 가려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초래하는 갈등과 혼란을 다룬 비극이다. ‘사랑을 말로 표현하라’는 어리석은 주문으로 시작된 사랑과 질투, 충성과 배신, 천박한 본성과 고귀한 품성이 처절한 시련과 고통을 거쳐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노정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따라서 이 공연은 배우의 내면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디테일한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고도의 연기력을 필요로 한다. 배역에 어울리는 이미지 또한 극의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주요 요소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캐스팅이었다. 대구시립극단 배우들의 기막힌 배치와 조합에 더해, 객원배우로 오영수 선생을 (리어왕 역)를 섭외함으로써, '리어왕'호는 비로소 인간탐구의 항해를 떠나게 되었다.
리어왕 역을 맡은 오영수 선생은 독보적 카리스마를 가진 성격배우이다.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50여 년을 무대와 함께 한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 연극인이자, 대한민국 연극의 산증인이 할 수 있다.
무대를 지킨 세월만큼 인생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꼿꼿한 자세와 고집스러운 눈매, 우렁찬 발성은 배우 오영수야 말로 경박한 판단에서 비롯된 고통과 혼란 속에서 미치광이가 된 리어왕 역에 적역임을 보여준다.
미니멀한 무대와 섬세한 조명도 인물들이 가진 내면과 갈등을 부각시켜 온몸으로 느끼는 비극의 절정을 보여줄 것이다. 원작 그대로 3시간에 걸친 대극장 공연이지만, 스피디하고 드라마틱한 전개와 뛰어난 연기 앙상블로 관객들을 숨 쉴 틈 없이 몰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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