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뉴스) 이승희 기자 = 전주세계소리축제 박재천 집행위원장이 15일 오전 인터뷰를 통해 2017년 소리축제에 대한 소회와 축제의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 축제를 앞둔 소감은 어떠십니까. 계획하신대로 잘 준비되고 있으신지요?
- 공식적으로 표명했던 중요하고 굵직한 철학들, 방향들은 약속을 잘 지켜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리축제는 전통을 핵심 콘텐츠로 삼고 있는 만큼 전통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프로그램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가 늘 관건입니다.
이제 전통을 소재로 하는 일은 결국 ‘디테일’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통음악사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적 패러다임을 보면, 지금으로부터 약 40~50년 동안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에 획을 그을 만큼의 음악적 혁명, 변혁의 패러다임은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더 젊은 세대를 끌어안고 진입시켜 그 변화의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리축제 역시 그 의무가 있습니다. 올해 현대미술과 미디어를 결합한다든지, 판소리다섯바탕에 지역 미술작가의 추상적인 작품들을 덧댄다든지 하는 실험과 시도는 그것이 음악뿐 아니라 예술을 하는 많은 분들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면서 창의적인 작업을 유도할 수 있다면 소리축제로서는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소리축제의 가장 근본적인 지지세력인 전주, 전라북도를 끌어안고 얼마나 실속있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축제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강조하고 계신 이 ‘디테일’을 충실히 담아내기 위한 조건으로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 소리축제의 힘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저희는 예술인들을 끊임없이 독려하고 새로운 것을 향해 갈 수 있도록 추동하는 역할, 그리고 이들의 실험과 능력을 많은 분들이 와서 즐기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외부환경을 잘 다듬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채우고 이끌어가는 본질적인 힘은 축제가 아닌, 예술인들에게서 나오는 것이죠. 전주, 전라북도의 시스템, 인프라, 툴은 이미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꽃피게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예술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올해 개막공연을 통해 소리꾼뿐 아니라, 가수, 월드뮤지션들에게 판소리, 전통을 고민하게 하고 본인이 갖고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계속해서 깨뜨리고 확장할 수 있도록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죠.
소리축제를 통해 이렇게 호흡하고 고민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지고 자극을 받음으로써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계속해서 독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그 실험을 지켜보실 수 있도록 ‘생활형 축제’라는 콘셉트를 잡고 축제성을 강화하면서 관객들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죠.
▶ 올해 개막공연 ‘때깔 나는 소리(Color of Sori)'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입니까.
- 올해 개막공연을 연출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리’가 ‘Song'으로 바뀌는 모습,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뮤지컬, 오페라에 등장하는 모든 음악, 선율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가슴에 남는 것은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눈대목, 주요 아리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뮤지컬 <캣츠>의 ’메모리‘ 같은 곡 말입니다.
판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판소리 완창, 음악적 흐름을 분석하고 완성도를 따지는 사람은 전문가 집단입니다.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지, 눈대목을 기억할 뿐이죠. 저는 그것을 ‘song’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song'은 결국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그것을 정교하면서도 품위있게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과 꿈이 있다면, 이 ’song'이 ‘sound'로 발전된다면 더 좋겠습니다.
'song'이 소리의 레퍼토리화라면, 개인적으로 ‘sound'는 ‘무언가 한국적’인 느낌, 이미지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 무언가 ‘한국적인 느낌’이 분명한 차별화가 있고, 이것이 세계 많은 음악사에 좋은 콘텐츠로 사용되길 바랍니다. 한국적인 문화가 차별화되고 이미지화 하게 만드는 소재가 바로 음악인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예술가의 몫이 큽니다.
바라건대 소리축제는 이 예술가들의 흔적과 혼을 담는 그릇이 되길 바랍니다. 지극히 작가적인 정신, 예술가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 소리축제의 가장 궁극적인 지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올해 판소리다섯바탕도 주목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로운 시도로 호평받기도 했는데요. 올해의 변화는 어떻습니까.
- 지난해 판소리와 미디어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면, 올해는 그것의 심화발전입니다. 지난해 판소리에서 연상되는 직접적인 대사나 이미지를 실경 중심의 영상으로 표현했다면, 올해는 판소리와 ‘개념예술’과의 접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 직접적인 전달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심상과 느낌,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는 여지를 안겨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연자의 모습이나 미술작품을 왜곡시키기도 합니다.
그 수많은 왜곡의 스펙트럼의 어느 쯤에 본인의 심상과 정서가 존재할 것인지는 관객 여러분의 몫입니다. 자기 스스로의 해석, 이렇게 길러진 힘이 바로 새로운 음악, 전통의 창의적인 발전을 받아들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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