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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뉴스탐색] '240번 버스기사' 사건 최초유포자 사과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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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최근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내용의 게시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이 '신상털이'를 당하거나, 전혀 관련 없는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12일 커뮤니티와 SNS에는 '240번 버스'가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습니다.

누리꾼 A씨가 11일 한 여초(여성 초과) 커뮤니티에 "240번 서울 시내버스에서 아이만 내리자 엄마가 문을 열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는데도 버스가 계속 운행했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버스 기사에게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버스 기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SNS 때문에 엉뚱한 사람 피해보는 경우 늘어

그로부터 몇 시간이 흐른 뒤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장면이 공개되면서 정세는 급변했습니다.

서울시 조사 결과 버스 기사는 아이가 내린 정류장에서 16초간 정차했다가 출발했고, 엄마가 뒤늦게 하차를 요구했을 때는 이미 3차로에 진입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버스 기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A씨는 부랴부랴 자신의 게시글을 삭제하고, 12일 밤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버스 기사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계일보

억울한 누명을 쓴 버스 기사는 자신을 향한 오해 섞인 비난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휴가를 냈습니다.

최근 240번 시내버스 논란은 과거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 '된장 국물녀'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글이 올라오고,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전국민적 관심을 받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온라인 마녀사냥' 이대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마녀사냥'의 문제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온라인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입니다. 이곳에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무책임한 행태까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중론입니다.

세계일보

240번 버스 기사 사건과 관련해 처음 왜곡된 글을 올린 누리꾼 A씨는 온라인을 통해 사과의 글을 올리면서 해당 기사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했다.


익명성을 역으로 이용해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위협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입니다. 악플(악성 리플)에 상처 받아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사회가 불안하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져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으며, 글에 동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합리적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왜곡된 특정 장면만 보고 흥분해 글을 올리고 퍼나를 경우 확산 속도도 빨라진다며 특히 영·유아가 관련한 사건은 시민들의 동정심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여론이 갑자기 들끓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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