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 폐지 방침을 항의하는 시민들 |
◆다카 전격 폐지로 논란 야기한 트럼프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갖는 게 우선”이라며 다카 폐지를 선언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불법체류 청소년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카 프로그램 유지를 시사했던 발언을 번복한 셈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는 죄가 없다”며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고”고 말하곤 했다. 취임 초에도 다카 폐지 여론을 수렴하고 있을 때 맏딸 이방카가 프로그램을 유지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격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공화당 소속으로 의회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다카 폐지를 반대하는 등 곧장 반발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반응은 더 거셌다. 다카 폐지 방침이 알려지자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델라웨어 등 20여개 주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연방정부와 싸움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트럼프-민주당 합의설, 그리고 부인
며칠 뒤인 13일 반전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카 폐지에 따른 후속 법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터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가 백악관에서 만찬을 하고 이같은 신속한 후속 법안 도입에 공감했다. 민주당의 두 원내대표는 백악관에서 성명을 내고 “여야가 다카 대상자 보호 법안을 조속히 법제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멕시코 장벽을 제외한 국경 안보 방안을 함께 해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안보 예산 증액에 민주당의 도움을 받고, 다카 후속 법안 도입에 민주당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공화당 일부와 보수세력은 일제히 민주당과 합이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공화당과 보수 세력의 반대 때문이었을까. 다시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4일 아침 이같은 합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어젯밤 다카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합의의 대가로 심각한 국경 보안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성실하고, 학력이 높고, 교양 있는 젊은이들은 직업을 갖고 있거나 군에서 복무하고 있다. 이런 젊은이들을 내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나?”고 물었다. 이어 “그들(불법체류 청년)은 어린 시절 부모가 데려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 우리나라에 있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불법체류 청년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더라도 추방을 유예하도록 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포기설이 불거지자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장벽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 지지자들이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DACA 폐지 방침을 비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
◆향후 전망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민주당과 연방부채 시한을 3개월 연장하기로 하는 등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앞으로도 직접 협상을 통해 민주당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USA투데이는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민주 양당 의회지도자들이 의외의 합의물을 도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론도 다카 수혜자 구제에 우호적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카 수혜자인 불법체류 청년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해도 좋다는 비율은 54%에 달했다. 시민권을 주지 말고 합법적으로 체류할 기회만 보장하자는 제안에는 19%가 동의했다. 추방에 동의한 비율은 12%, ‘모른다’고 응답한 이들은 15%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 폐지를 밀어부치고, 사태를 방치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유산인 다카를 폐지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된 구제 프로그램을 도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브랜드 창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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