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요즘처럼 주택시장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시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거래·세금·대출 등 전방위에서 주택시장의 투기세력을 억누르는 8·2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시장과 정부와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8·2 대책 이후 잠잠하던 서울 재건축 시장은 6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반전했고 서울 주거시설 경매 낙찰가율 역시 100%를 넘어섰습니다. 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시장이 이긴 것일까요?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답변입니다.
15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1~15일) 서울 아파트 주간 낙찰가율은 100.6%로 전주 대비 5.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번 주 나온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 38건 중 15건이 낙찰됐으며 이 중 11건이 신건으로 감정가 이상으로 낙찰됐습니다. 나머지 4건 역시 감정가의 80%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을 상승시켰습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8·2대책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낙찰가율 100%가 반드시 고가 낙찰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먼저 감정시점과 낙찰시점이 달라지면서 나온 착시효과가 있습니다. 낙찰가율이 108%인 서울 강서구 방화동 841 장미 아파트의 경우 감정이 지난해 25일 이뤄졌습니다. 낙찰가율이 107%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역시 2016년 6월 29일 이뤄졌습니다. 약 1년에서 1년 반 사이의 시차가 발생하면서 그간의 가격 상승분을 감정가가 반영하지 못하는 탓에 낙찰가가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것입니다. 실제 이 두 아파트의 낙찰가격은 각각 2억 950만원과 9억 5000만원으로 현재 시세의 하한가인 3억 1000만원과 9억 8500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이런 식으로 감정이 2016년에 매겨진 물건이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간 11개의 물건 중 5건으로 절반 가까이 됩니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점은 평균 응찰자 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8월 넷째 주 7.1명에서 4주 연속 하락해 이번 주 4.3명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경매시장에 참가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낙찰된 서울 아파트 상당수가 신건이라는 점, 즉, 사람들이 유찰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감정가보다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는 것은 유의미한 현상이라고 보입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응찰자는 빠지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저평가된 물건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전국에서 법원에서 경매는 2304건이 진행돼 891건이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77.2%로 전주 대비 1.8%포인트 하락했으며, 총 낙찰가는 24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주거시설은 406건 경매 진행돼 이 중 176건 낙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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