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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번 버스 사건은 한 인터넷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지난 11일 김씨가 어머니의 요구를 묵살했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들끓었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의견이 담긴 글이었지만 대중들은 쉽게 휩쓸렸고 김씨는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이후 CCTV가 공개되고 다른 목격자의 증언이 밝혀지면서 김모씨를 향한 분노는 소강됐다. 그러나 이제 일부 네티즌은 최초 유포자와 아이 엄마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240번 버스 사건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오직 마녀사냥의 피해자만 남았을 뿐이다.
마녀사냥은 SNS가 발달하면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익명성과 확산성을 가진 온라인 공간에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퍼진다. 익명성 뒤에 숨은 네티즌들은 더 과격한 표현으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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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녀 사건’도 마녀사냥의 한 예다. 2012년 인터넷에 아이에게 뜨거운 국물 쏟아 화상을 입힌 가해자가 사라졌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은 일파만파 퍼졌고,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까지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아이가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부딪히는 CCTV 화면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피해 여성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마치 본 것처럼 나를 화상 테러범으로 몰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같은 해 발생한 ‘채선당 사건’도 비슷하다. 한 여성이 임신한 배를 식당 종업원에게 걷어차였다는 거짓 주장을 했고 네티즌은 분노했다. 이는 곧 채선당 불매운동으로 번졌고 결국 식당은 폐업하게 된다.
하지만 경찰은 임신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채선당 본사 측에서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욕설을 한 것도 배를 걷어찬 것도 오히려 임신부였다. 거짓 정보를 유포한 여성은 "홧김에 인터넷에 게재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인점 본사 측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와 우리 회사에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마녀사냥에 네티즌뿐만 아니라 언론도 가담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공론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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