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한 곳만 가지 말고 여러 군데 다녀보라"는 이야기가 상식처럼 퍼져있다. 같은 증상을 두고 병원마다 의사마다 진단과 처방이 조금씩, 때로는 전혀 달라서다. 또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암 발병에 대한 우려로 유방 등을 예방적으로 절제한 것을 두고도 효과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의료 행위 차이’로 설명되는 이러한 현상은 치료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할수록, 치료 효과가 불분명할수록 뚜렷하게 나타난다.
새 책 '가짜 수술'의 저자 이안 해리스는 현직 외과의사지만 수술 회의론자이다. 그가 모든 수술을 거부하고 병원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날 수술의 효과가 플라세보(속임약)처럼 환자의 심리 상태나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와 연구진들은 누가 진짜 치료를 받고 플라세보 치료를 받았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눈가림 플라세보 연구를 진행했을 때 두 집단 사이에 의미 있는 어떤 차이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저자의 조사 결과 대부분 수술이 과학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상에서 바로 시행되고 있었다. 오랜 전통인 사혈부터 무릎 관절경 수술, 유방절제술, 제왕절개술 등 저자는 최근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자취를 감춘 수술을 비롯해 현재 그 효과가 의심스러운 수술을 언급한다.
저자는 우리가 의사를 지나치게 믿고, 수술의 필요성을 신봉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수술이 관성처럼 이어져 왔다고 말한다. 나아가 증상과 치료 간의 성급한 인과관계,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생물학적 메커니즘, 제대로 된 자정 작용이 없는 논문 검증 등 근거가 부족한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 가짜 수술=이안 해리스 지음. 정유선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244쪽/1만4000원.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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