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지갑이 없어졌다"…남이 흘린 물건 들고가면 처벌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중엔 휴대폰뿐…지갑 분실 후 '착불 택배' 신세

점유이탈물횡령 신고 2011년 6341건서 작년 3만513건 5배↑

지갑 분실 땐 신용카드 정지 후 112로 신고해 CCTV 확인

이데일리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이자 ‘알아두면 쓸데있을 수도 있는’ 꿀팁이다. 독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 차원(은 명분이고 실은 팀장이 권유를 가장해 강권한 탓이다)에서 올해 2월 입사 이래 가장 어이없는 경험담 한 토막을 털어놓는다.

◇ CCTV 없는 법원 카페서 지갑 분실

“예, 캡(captain). 윤여진입니다.”(언론사 사회부 사건팀장을 흔히 ‘캡’이라 부른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 1층의 카페. 하루에도 수십 차례 울리는 휴대폰 알림 소리가 그날따라 유독 귀에 거슬렸다.

입사 후 첫 여름 휴가를 앞두고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계급이 깡패’인 건 비단 군대만이 아니다.

미처 챙기지 못한 업무 지시를 받고 또 취재 내용을 보고 하느라 카페 안팎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 시각 카페 안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이, 앉았던 소파에는 생일 선물로 받은 지갑이 놓여 있었다.

마지막 통화를 마친 뒤 돌아오니 자리에 있어야 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조차 간 적 없고 자리를 비운 것은 전화 통화할 때 뿐이었다. 카페에 머문 두시간 동안 전화 통화는 대여섯 번 정도, 통화 시간은 다 합쳐도 채 20분이 안 됐다. 카페 밖 법원 창가까지 왔다갔다 한 2m 정도의 거리,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아, 누가 훔쳐갔구나.” 지갑을 왜 소파에 올려놨을까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나를 증명해 줄 신분증과 회사 법인카드, 월급 통장과 연동된 체크카드 등이 든 지갑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들고 움직인 적이 없으니 100% 누군가 훔쳐간 것이다.

다시 캡에게 전화를 했다.

“특이사항 있습니다” “무슨 사건이야, 어떤 내용인데” “저…,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한숨 소리. “일단 신고 접수부터 해.”

◇ 분실 지갑에 적용된 혐의는 ‘점유이탈횡령죄’

카페가 보안구역인 법원 내 있는 만큼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낭패였다. 입사 초 3개월 간 경찰서에서 먹고 자며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어느 부서에 확인을 해야하는지 배웠던 게 도움이 됐다. 분실은 생활안전과 생활질서계에서 담당하지만 도난의 경우 절도 등의 범죄를 수사하는 형사과다. 도난임을 확신했지만 우선 송파경찰서 생활질서계에 전화했다.

“법원 1층 카페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CCTV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취재한답시고 드나들던 기자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지갑 분실 신고를 하니 상대방이 얼마나 황당해 할까 싶은 생각에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윤 기자님, 생활질서계 직원들 다 퇴근했죠. 일단 112신고를 하면 법원에서 가까운 문정지구대에서 출동 나갈 겁니다.”

신고를 접수한 경관은 순찰차가 5분 안팎이면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한도가 얼마되지는 않지만 회사 법인카드부터 정지 신고를 해야 했다. 카드 분실·이용정지 신고는 24시간 언제나 가능하다.

카드 분실신고를 막 끝내자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이 말을 걸어왔다. 분실 경위를 적은 진술서를 건네자 “도난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형법상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접수될 것”이라고 했다.

승객이 택시에 놓고 내린 스마트폰을 해외 밀반입자에게 넘기는 행위에 적용되는 혐의가 ‘점유이탈물횡령죄’다.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했다는 법률 구성요건 설명이 어려워 그간 입에 달라붙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익혔다.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은 급증세다.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점유이탈물횡령 신고 건수는 2011년 6341건에서 2016년에는 3만 513건으로 5년새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형법 제360조에 따르면 점유이탈물을 횡령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터덜터덜 법원을 나서 인도 턱에 주저앉았다. 경찰은 친절하게도 순찰차로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태워준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지하철 요금조차 없었다.

여의도에 회식 중이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갑 잃어 버렸어, 택시 타고 갈 테니 택시비 좀 내주고 돈도 얼마 좀 빌려주라.” ‘착불 택배’처럼 택시를 타고 친구에게 ‘배달’됐다. 하루 밥값과 커피값을 빌려 집으로 돌아왔다.

‘분실 전문’(캡은 1년이면 두세 번 정도 휴대폰과 지갑을 분실한다)인 팀장한테 주의가 소홀하다고 꾸지람을 듣다니 한심할 따름이었다.

◇지갑 분실 땐 카드 정지 후 112로 신고

신분증과 카드 등 생활 필수품이 든 지갑을 분실하면 ‘멘붕’에 빠지기 쉽다. 신용·체크카드 재발급에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이 필요하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위해선 최근 6개월 이내 찍은 증명사진이 있어야 한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는 데 1만 5000원,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및 임시 신분증 발급에 총 5000원이 들었다.

다음 과제는 카드 재발급 신청이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사용 내역이 문자로 오게 돼 있어 잠시 고민했다.

‘훔쳐간 사람을 잡으려면 기존 카드를 정지시키면 안 되는데….’ 은행 직원은 같은 계좌를 쓰는 체크카드를 여럿 발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존 체크카드를 정지하지 않고 새로운 체크카드를 추가로 발급받았다.

이튿날 내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에게 전화가 왔다. “겁도 없이 누가 법원에서 지갑을 훔쳤는지 CCTV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습니다.”

경찰과 평소 긴장과 경계를 유지하는 사이지만 이날 만큼은 조금 위로를 받았다. (원래 경찰이 이렇게 친절한 건지, 경찰 출입기자라 친절한 것인지는 약간 의심스럽기는 했다).

끝으로 지갑 분실(또는 도난시) 행동 요령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카드사 분실신고→112 신고(가까운 지구대·파출소 연결)→진술서 작성→증명사진 촬영→주민등록증 재발급·임시 신분증 발급→신용·체크카드 등 재발급 순이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