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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북한TV속의 삶 이야기] 김정일, “아파트를 못 지어도 태권도전당을 건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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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평양서 개최

21일까지 태권도전당에서 홍콩·싱가포르 참가

지지자 규합하고 외화벌이로 '일석이조'

북한은 15일부터 21일까지 제20차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를 진행한다. 노동신문은 15일 “제20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홍콩·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와 지역 선수단·대표단들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0일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정통 태권도 선수들의 단합과 화합을 도모하고 태권도 기술을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ITF는 육군 소장 출신인 최홍희 장군 주도로 66년 서울에서 창설됐다. 그러나 최 장군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72년 캐나다로 망명했으며 80년부터 태권도 보급을 위해 북한에 사범들을 파견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쌓았다. 북한은 92년 제8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와 2011년의 제17차 대회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대회를 주최하게 된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제20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사업 활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계획위원회·상업성·외국문출판사를 비롯한 많은 단위가 대회의 성과적 보장을 위한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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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8월 수 천석의 관람석을 가진 도장과 국제 통신실·기자회견실 등을 구비한 태권도전당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개건 준공식을 열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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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동안 “민족 무술의 시조가 단군이며 발상지가 평양으로 자신들이 태권도의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며 ‘정통 무도 태권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김일성은 전 ITF 총재 최홍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민족 무도로 조선의 기상을 떨치는 애국지사’라고 추켜세웠고 이러한 흐름 속에 북한은 87년 5월 그리스에서 진행된 제5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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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학생들이 평양 청춘거리에 있는 태권도역사관을 방문해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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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87년 5월 “태권도의 발상지인 평양에 아파트 한 두 채를 짓지 못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제일 큰 태권도전당을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김정일은 1만8천㎡에 달하는 태권도전당 건설을 위해 수도건설 전문 인력을 파견했고 건설이 완공된 다음에 ‘태권도전당’이라는 건물 간판까지 직접 써 보내며 애정을 표시했다. 수도건설 전문 인력이 파견된 것은 북한 최고의 건설 인력과 예산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북한은 89년 7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경축 집단체조에 태권도종목을 넣도록 조치하며 태권도 보급을 본격화했다.

92년 9월 완공된 태권도전당을 찾은 김일성은 “이만한 전당을 가지고 있으면 소리치면서 태권도를 해볼 만하다”며 “태권도의 조국인 만큼 응당 큰 태권도전당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수많은 아사자가 나온 90년대 중엽의 ‘고난의 행군’시기에 각 도에 태권도선수단의 모체인 태권도 과외학교를 신설하도록 지시했다.

북한은 평양시 청춘거리에 태권도역사관도 건설했다. 북한 사람들은 이곳을 태권도 성지로 생각하고 있으며 ‘백두산 절세 위인들과 태권도’라는 글발과 사진들을 통해 참관하는 주민들에게 사상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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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태권도역사관을 건설해 &#39;백두산 절세 위인들과 태권도&#39;라는 글발과 사진들을 통해 이곳을 참관하는 주민들에게 사상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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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02년부터 시작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에 ‘태권도 군무’를 포함시키고 수 만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호신술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김정은 역시 “평화 시기에 다른 나라의 하늘가에 공화국 기발을 날리는 사람들은 체육인들 밖에 없다”며 태권도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북한은 올해 태권도전당 개건·보수 공사를 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태권도전당에 수 천석의 관람석을 가진 도장과 국제 통신실·기자회견실 등을 구비하고 지난 8월 준공식을 가졌다.

한국의 세계태권도연맹과 차별화하고 북한 태권도를 민족의 스포츠로 국제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민족 무도의 내일이 보인다’라는 기사에서 “120여개 나라에 6천만여명의 태권도인들이 있으며 북한 태권도 사범들과 시범단이 태권도를 보급한 나라들과 지역들은 무려 90여개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한 고위탈북민은 “80년대 초반 노동당 작전부(대남기관) 소속 연락소 전투원들이 태권도 선수들로 선발됐다”며 “이들은 해외에서 태권도 도장을 차리고 북한에 대한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목적으로 하여 태권도는 한때 노동당 작전부 산하로 존재했고 당 작전부장 오극렬(현재 당중앙위원회 위원)이 태권도사범을 직접 파견하며 공작임무를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90년대 말부터 해외 북한 태권도 대표부들이 국제경기를 통한 국가위상 제고와 태권도 보급 공간을 통한 외화벌이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며 “올해 외화벌이에 곤욕을 치르던 북한 태권도 아시아주재 대표부 성원이 탈북해 한국에 입국하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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