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인터뷰] 한국방문위원회 명예미소국가대표 에릭남…미소, 인사말, 반응으로 이어지는 3단계 친절 전략 소개]
그가 비로소 빛을 본 건 데뷔의 출발점인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가 아닌, 그 이후였다.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하는 진행자로 나서면서 그의 면모가 색다르게 부각됐다. 미국 국적의 유창한 영어를 기본으로, 웃음과 유머를 비밀 병기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질문을 퍼붓자 그의 인지도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친절한 방송인’의 이미지는 이제 그의 전매특허다. 에릭남(본명 남윤도·29)은 그렇게 ‘매력남’이 되었다. TV 속 여행 광고에서 보여준 그의 미소는 ‘함께 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고, 제약회사 변비 광고 속 이미지는 ‘부드러운 밀어내기’가 금세 성공이라도 할 듯 편안하다.
말을 걸어오기 전, 먼저 말 걸고 싶은 상대라는 친근한 이미지가 구축되면서 그는 한국방문위원회가 선발하는 ‘명예미소국가대표’에도 위촉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친절의 상징성이 그의 미소 하나로 결정된 셈이다.
에릭남의 미소는 부모로부터 ‘전수’된 것이다. “부모님이 웃음이 많으셨어요. 특히 아버지가 모임에선 늘 웃으시고, 끝없는 스토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으셨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자라니까, 남동생 2명과도 매일 보면서 웃고 얘기하면서 지냈어요.”
“너는 웃는 모습이 되게 예쁘다”는 말을 꽤 자주 듣고 자랐지만, 에릭남은 정작 자신의 웃는 모습은 보기 싫었다고 했다. “어느 날 웃는 모습을 거울로 보는데, 너무 바보 같더라고요. 웃는 게 싫어졌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 지인 중 한 명이 되게 특이하게 웃는데, 그게 쉽게 각인됐어요. 뭐랄까. 친근감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어떻게 웃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웃음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미국에서 대학까지 나온 에릭남은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을 보는 태도에 익숙했다. 6년 전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도, 외국 관광객의 느낌으로 한국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에 한국은 웃는 표정 하나 없는 냉기의 천국이었다. “기분이 안 좋은가?” “혼자 살기 바쁜 사람들이 많구나” 같은 거리감 느껴지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그럴수록 더 활짝 웃었다.
언제 어디서든 웃음을 잃지 않는 가수 겸 방송인 에릭남은 한국방문위원회 '명예미소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1초, 2초 먼저 다가가는 친절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큰 관광국가로서의 한국 이미지는 높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진제공=CJ E&M, B2M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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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너무 외롭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다가가려고 했죠.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도 문 먼저 열어주고, 항상 웃으며 반겼어요. 그랬더니 저보다 더 친근하고 친절하게 반응했어요. 미국에 가면 제가 가장 놀라는 부분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는 거예요. 흑인이든 백인이든 만나면 한국의 음식, 음악, 드라마, 영화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물어봐요. 마지막엔 ‘한국 어때요?’하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좋아요’라고 답해요. 그리고 스스로 다짐하죠. 미소국가대표로 더 열심히 활동해서 한국 사람들이 더 많이 웃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려야겠다고요.”
무뚝뚝한 한국인의 감춰진 친절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에릭남은 3가지를 제안했다. 무조건 미소를 짓는 단계가 첫 번째.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표정은 그 이상의 전달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 뒤엔 용기를 내 ‘하이’, ‘헬로우’, ‘하우 아 유’ 정도의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다. 마지막은 상대방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 ‘반응’하는 태도다.
에릭남은 “한번은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얘기했는데 운전기사분이 반응이 없어 되게 불안했다”며 “고개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먼저 어떤 식으로든 배려하겠다는 인식을 갖는 게 필요해요. 1초, 2초 잠깐 웃거나, 그 찰나의 순간을 양보하는 것만으로 자신에게 ‘오늘 나 좋은 일 했어’하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오늘 내가 이겼어’하는 승리감도 얻을 수 있거든요.”
전 세계를 폭넓게 여행하며 그가 느낀 웃음의 척도는 도시화한 국가일수록 낮고, 가난한 국가일수록 높았다. 인터넷도 없고 전기나 물 공급도 부족한 남미 파나마와 과테말라를 여행할 때, 일상이 불편했지만 관계는 편했다. 길 가다 누구를 마주쳐도 “어디서 왔어요?”부터 “맥주 한잔 마실래요?”까지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 사람들의 따뜻한 태도가 오랫동안 ‘각인’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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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쯤 EP 음반을 발매하는 에릭남은 \"음악을 중심으로 방송 진행 등 폭넓게 활동하고 싶다\"며 \"가능하다면 미국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CJ E&M, B2M엔터테인먼트
에릭남은 “생활하기 불편한데도, 그곳을 떠난 뒤엔 약간의 우울증이 찾아왔다”며 “지금도 그런 결핍의 생활이 그립다”고 했다. 반면 도시에선 ‘외국인’으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의 정서가 상대적으로 컸다.
음악으로 시작해 진행자, 광고 모델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는 에릭남은 올해 다시 생활의 중심을 음악으로 돌려놓을 계획이다. 이르면 11월쯤 저스틴 비버 등의 곡을 작곡한 팀과 작업한 음반을 내놓는다. 욕심도 제법 많았다.
“음악 활동도 앞으로 제대로 해보려고요.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팝 음악으로 미국 진출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방송 쪽도 동서양이 만날 수 있는 중심에서 MC도 보고 문화교류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아, 무엇보다 미소국가대표의 자존심을 세워 한국을 ‘웃음국가’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90도 인사하는 그의 태도는 어느새 주변의 모든 이들을 전염시키고 있었다. 웃음은 창조되는 것이 아닌 전파되는 것이라는 사실, 에릭남은 무언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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