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기씨는 최근 친구 세무순씨가 서울에 빌라를 신축해 큰 돈을 버는 걸 보고 배가 아팠다. 당장 부친에게 달려가 보유한 건물 중 한채만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부친은 서울 강남과 용산에 빌딩이 5채 있었다. 평소 “못난 놈”이라며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부친은 그냥 돌려보냈다. 그런데 며칠 후 부친은 세기씨에게 건물 한 채를 주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어찌된 일일까. 알고보니 절세캅의 증여 관련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할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자녀가 증여받은 뒤 태도가 돌변하면 어떻게 하느냐다. 다음으로 걱정되는 건 세금.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세금 때문에 증여를 해야 한다.
■“양도세보다 증여세가 유리하다”
자녀에게 시골 토지를 증여한다고 가정하자. 토지 취득은 20년 전이고 현재 가치는 2억원이다. 이 경우 증여와 양도 시 세금을 각각 살펴보자.
우선 증여하지 않고 아버지가 직접 2억원에 토지를 매각하는 경우다. 20년 전이면 실제 취득가액은 제로(0)에 가깝다. 게다가 시골 땅은 비사업용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세금은 얼마나 나올까. 양도세 일반세율에 10% 탄력세율이 붙고,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후 과세표준에 45% 세율이 적용돼 5000만원 정도 양도소득세가 발생한다.
하지만 자녀에게 증여한 뒤 양도하면 2억원의 증여세 20%(약2200만원)와 증여 이후 가치 상승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결국 아버지가 보유 기간 중 발생한 시세차익을 증여세로 바꾸는 셈이다. 단, 이런 효과는 자녀가 증여받은 후 5년이 지나서 양도해야 성립된다.
다른 사례를 보자. 보유 주택 2채 중 대형 주택을 양도하려고 한다. 이때 소형 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소득세가 1억원이고 대형 주택은 1세대 1주택으로 비과세가 가능하다. 대형 주택은 비과세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팔면 거액의 양도소득세가 발생한다. 이때 소형주택을 세대 분리가 가능한 자녀에게 증여해 보자. 시세가 5억원이라면 자녀에게 증여시 1억원 정도 증여세가 나온다. 만약 이 주택의 양도소득세가 더 많이 나오면 증여가 유리하다. 즉, 대형 주택의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급매로 손해보고 소형주택을 파는 것보다 싸게 자녀에게 증여해 양도소득세 대신 증여세를 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증여는 상속세와 종합소득세도 줄인다”
부동산의 가치 상승분이 증여 시점 이후부터는 자녀에게 귀속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버지의 상속재산 평가액을 줄이는 결과가 된다. 만약 부친이 계속 보유하면 매년 땅값과 집값 상승분이 모두 부친에게 귀속돼 거액의 상속 재산을 형성하게 된다. 미리 증여하고 10년만 지나면 그 부동산은 상속재산에서 제외된다. 10년 이내에 상속이 이뤄져도 증여 시점에 신고한 가격으로 합산되기 때문에 증여 이후 시세차익은 상속재산에서 제외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증여 재산이 부친의 임대용 부동산이라면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부친의 임대소득세를 줄이게 된다. 임대소득의 경우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합산한다. 따라서 부친이 고액연봉자이거나 중소기업 대표라면 이미 높은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고 있을 것이다. 이때 사회초년병인 자녀에게 임대소득을 귀속시키면 연간 최대 2000만원쯤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증여 시점에 비록 취득세와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향후 절세 효과를 현재가치로 환산한다면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자녀 증여, 자금출처 문제도 해결
자녀가 증여받은 부동산은 증여 이후에는 가치 상승분을 자녀가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이후 부동산을 처분해도 그 처분가액에서 양도소득세 등을 차감하면 자녀가 세무서에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자금출처가 된다.
만약 증여한 부동산의 매각 자금을 부친이 관리하려고 부친 명의 통장에 입금하면 그동안의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거액의 증여세를 내고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했는데 부친 통장에 매각 자금이 입금되는 순간 자녀가 매각대금을 부친에게 증여한 것으로 간주되는 탓이다. 따라서 매각 대금은 자녀 명의 통장으로 관리해야 한다. 자녀가 맘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고 싶다면 연금보험 등 제3자 동의가 필요한 금융상품에 넣으면 된다. 민사신탁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합법적 자금출처가 있다면 2차 증여가 가능하다. 부모와 자식간에는 매매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녀의 자금출처가 있다면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시세보다 세법상 평가액이 저가인 상가나 토지를 부모 자식간 매매 형식으로 소유권이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상가를 기준시가인 6억원에 매매할 수 있다면 부친은 양도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어서 좋고, 자녀는 고가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상가에 담보대출과 임대보증금이 있다면 자녀가 이를 승계하고 매매가격과의 차액만 부친에게 지급하면 된다. 소액만 있어도 매매가 가능한 것이다. 아파트는 시세와 현저히 차이나게 거래하면 추가적인 증여세가 발생하지만 상가는 시세 확인이 어려워 기준시가가 시세로 인정된다.
[절세캅의 한마디]
자녀 증여를 통해 얻는 이익은 ①상속재산의 규모를 줄이고, ②양도차익을 소멸시키며, ③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을 경감시킨다. 부수적으로 자녀의 자금출처를 마련해 추 증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증여에는 반드시 증여세와 취득세 등 이전비용이 발생하고 해당 증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과세 관청의 사후관리가 뒤따른다. 사전에 실효성을 감안해야 하고 판단 기준은 단기 관점이 아닌 10년(증여합산기간)이라는 장기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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