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대나무숲③]술 회식·1박2일 워크숍 고충…공연관람·스포츠 회식 등 新문화도]
임종철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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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 다니던 직장인 A씨(30)는 조직 내 술 강요 문화에 지쳐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A씨는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휴대폰도 못 만지게 하고 화장실도 못가게 했다"며 "어느날은 1박2일 워크숍을 한다더니 대표와 간부들이 워크숍 장소에 가는 1시간30분 내내 술을 마셨는데 가서도 술만 마시더라"고 하소연했다.
직장 내에서 단합과 친목 도모를 위해 회식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 직장인이 회식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6%가 회식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회식이 부담스러운 이유로는 '퇴근 후 개인시간을 가질 수 없어서'(63.8%, 복수응답)가 가장 많다. 다음으로 '불편한 사람과 함께해야 해서'(52%),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돼서'(50.9%), '약한 주량 등으로 부담스러워서'(35.5%)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부담스러워서'(30.2%), '성희롱 등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많아서'(9.8%) 등도 있다.
회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 응답자의 54.9%는 회식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63.9%가 업무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불편한 회식 유형은 '술자리 회식'(90.5%)이 꼽혔다.
주말을 껴서 가는 1박2일 엠티나 워크숍도 직장인들에겐 '고난 여행'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B씨(28)는 회사의 잦은 워크숍에 지쳤다고 토로한다. B씨는 "회사에서 직원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점은 좋지만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의 워크숍을 두 달에 한 번꼴로 가는 건 지나치다"며 "워크숍, 단합대회를 꼭 주말에 가서 개인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C씨(30)는 "주말에도 근무할 때가 있어 휴일 하루가 정말 소중한데 회사는 엠티나 워크숍을 꼭 주말 껴서 간다"며 "엠티를 가서도 낚시를 좋아하는 부장 취향에 맞추느라 새벽에 가 낚시만 하다 왔다. 이게 단합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입사원에게 장기자랑을 시키는 문화도 직장인들에겐 곤욕이다. 취업포털 미디어통이 직장인 446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6%가 워크숍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을 때로 '상사가 장기자랑이나 건배사를 시킬 때'를 꼽았다.
직장인 D씨(28)는 "신입사원에게 워크숍 장기자랑을 의무로 시켜서 3주 동안 퇴근 후 춤 연습을 했다"며 "한번 장기자랑을 하고 나니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계속 노래와 춤을 시켜 곤란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공연관람, 점심 회식, 스포츠 회식 등 새로운 회식 문화가 퍼지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 부천문화재단, 신세계푸드, 전북 현대, 대구콘서트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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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식은 '공연 관람 등 문화 회식'(37.4%, 복수응답), '맛집 탐방 회식'(36.7%), '볼링, 당구 등 스포츠 회식'(29.3%), '술자리 회식'(20.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무알콜, 공연 관람, 스포츠 회식, 점심 회식, 게임 회식 등 새로운 문화도 조금씩 퍼지고 있다. 직장인 E씨(32)는 "올해부터 우리 부서는 매주 1번씩 모여 점심 회식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단체 영화 관람을 한다"며 "부담이 줄고 회식을 즐길 수 있어 단합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직원들의 단합과 사기를 북돋우려고 진행되는 회식이 취지와 달리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회식 방식이나 일정, 참석 여부 등을 결정할 때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회식 문화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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