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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TF현장] "그 많던 유커 어디에" 명동 화장품 거리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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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화장품 거리 모습. 사드 사태로 유커가 줄어 한산하다. /명동=안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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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명동=안옥희 기자] "사드 사태 이전에는 화장품을 매대에 올려놓기 무섭게 중국인들이 집어갔는데 지금은 파리만 날려요."

중국 사드 보복 사태가 6개월째 접어든 지난 12일과 13일 서울 명동의 이른바 화장품 거리에서 만난 브랜드숍 직원들은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왔던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사드·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에 선두자리를 내주면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인단체관광객(유커) 급감이 치명적이었다. 그간 명동 상권 매출의 절반은 유커에게서 나왔다.

명동 화장품거리는 사드 보복 조치 이전만 해도 중국어가 가장 많이 들렸던 곳이다. 반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명동 화장품 거리는 개별 관광객(싼커)이 간간히 눈에 띄는 정도였다. 각 매장을 돌며 화장품을 사들이는 보따리상은 1시간 여 동안 3명밖에 찾을 수 없었다.

사드 사태가 터지자 일본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늘어난 점도 달라진 풍경이다. 이날 자연주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면서 중국어뿐 아니라 일본어 등 다른 국가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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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증정용 화장품이 매장 한쪽에 쌓여 있다. 유커가 뚝 끊긴 탓이 크다. /안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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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명동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30대 직장인 현 모 씨는 "명동 화장품 매장은 한국인에게 말을 안 붙였는데 요즘은 내국인·외국인 상관없이 응대를 하더라"라고 귀띔을 했다. 색조 제품으로 유명한 한 브랜드숍 매장의 외국인 직원은 취재진의 국적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중·일 3개 국어로 "무엇을 찾습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유커 특수가 실종되면서 인테리어 공사 등을 이유로 휴점 혹은 폐업한 화장품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각 매장에는 방문고객 증정용으로 준비해둔 샘플 화장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유커를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들은 손님이 없어 대부분 매장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명동뿐만 아니다. 길거리 매장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은 유커가 급감하자 심각한 매출 타격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 브랜드도 사드의 칼바람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의 경우 지난 2분기 매출액 1535억 원과 영업이익 222억 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매출은 1444억 원으로 전년대비 9.4% 줄었다.

에이블씨엔씨 미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006억 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59.7%나 줄어든 24억4600만 원을 기록했다. 토니모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93억 원, 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07%, 13.55% 줄었다.

사드와 업황 불황 속에서 2분기 실적 직격탄을 맞은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탈중국·인수합병·유상증자 등을 통한 살길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여전히 높지만 단기간에 사드 정국 완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암담하다"며 "북미·동남아시아·중동 등으로 수출을 다각화하는 등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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