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개월새 11번째 도발]
美국무 "지금 제재는 천장 아니라 바닥" 전방위 제재 예고
도발 3시간 만에 성명 발표
"중국은 북한의 원유 공급줄, 러시아는 北강제노동 고용주… 이들이 나서야 北 바뀔 것"
美 독자 제재도 속도날 듯… 중국은행 추가 제재안 등 검토
미 백악관 고위 관료들은 전날인 지난 13일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미 본토를 조준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선제공격은 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외교·안보 라인 참모들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 발사상황을 점검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사일 도발 약 3시간 후인 이날 밤 8시 50분쯤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은 북한의 원유 대부분을 공급하고, 러시아는 북한 강제 노동의 최대 고용주"라며 "중·러도 스스로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이런 무모한 미사일 발사에 관용은 없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러에 대해서도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통과된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를 언급하면서 "이번 결의는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의 천장이 아닌 바닥"이라고 했다. 대북 제재는 이제 시작 단계로, 강도 높은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유엔에서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제재가 합의되기 어렵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진로를 바꾸기 위해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아주 강력한 수단을 채택하길 바란다"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전략핵무기 기지인 노스다코타주(州) 마이놋 공군기지에서 동행한 기자들에게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 "일본인 수백만 명을 '꼭꼭 숨게 하는(duck and cover)' 상태로 만들었다"며 "늘 하던 대로 주의 깊고 일관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했다. 백악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존 켈리 비서실장으로부터 북한 미사일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추가 대북 압박을 위한 외교전도 발 빠르게 진행됐다. 유엔 안보리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공동 요청에 따라 15일 오후 3시(한국 시각 16일 오전 4시)에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를 정식 논의하기로 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만큼 미·일 외교 안보팀도 긴밀하게 움직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가 채택된 직후 발생한 폭거인 만큼 국제사회가 연대해 압력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과 가진 통화에서 "눈에 보이는 형태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북 유류 공급의 30%를 끊는 유엔 안보리의 신규 대북 제재에도 북한이 이를 무시하듯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의 독자 제재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중국 은행에 대한 추가 제재 등 독자 제재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도발이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스케줄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 미국 금융망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법은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미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고의로 어겼을 경우 100만달러의 벌금 또는 2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는 나라의 정치인과 관리들도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금융기관뿐 아니라 중국 지도자들도 국제 금융망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북한에 대사관을 유지하는 나라들에 대해 외교 관계를 끊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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