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개월새 11번째 도발]
비행거리 780㎞→2700㎞→3700㎞… 4개월새 2900㎞ 늘려
- 시험발사 아닌 "발사훈련"
탄두 중량·연료량으로 거리 조절
인구 밀집된 평양 비행장서 발사… 미사일 안전성에 강한 자신감
- 남은 건 ICBM 정상각도 발사
화성-14형, 일본 머리 위로 쏴… 대기권 재진입 능력 보여줄 듯
◇'시험 발사' 아닌 '발사 훈련'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은 비행거리와 최대 고도(770㎞) 등을 감안할 때 지난달 29일 순안비행장에서 발사된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IRBM)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는 화성-12형이 단순히 시험 단계를 넘어 양산 및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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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화성-12형을 공개적으로 발사한 것은 지난 5월과 지난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5월엔 평북 구성에서 고각(高角) 발사 형태로 발사돼 고도 2100여㎞까지 치솟아 올라갔지만 비행거리는 780㎞였다. 당시 정상적인 비행 궤도를 의미하는 정각(正角) 발사 형태로 발사됐다면 최대 사거리는 4500~5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29일엔 정각 발사로 최대 사거리의 절반 정도인 2700㎞를 날아갔다. 북한이 세 차례 모두 탄두(彈頭)의 대기권 재진입 시험에 성공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미사일이 발사 직후 또는 비행 중 공중폭발하거나 일본 본토 등 엉뚱한 곳에 떨어지지 않는 등 안정적인 비행 능력을 보여줬다. 탄두 중량이나 연료량을 조절해 최대 사거리 내에서 자유자재로 비행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도 보여줬다. 인구 밀집 지역인 평양에서 가까운 순안비행장에서 잇따라 미사일을 쏜 것도 미사일의 신뢰성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세 차례 모두 실패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비행한 것은 화성-12형이 시험 단계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5월 화성-12형 발사 당시엔 '시험 발사'라고 했지만 8월엔 '발사 훈련'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실전 배치 수준에 이르렀음을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화성-12형 발사를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탄도로켓 발사 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 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많이 해 전략 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ICBM 정상 발사만 남은 듯
화성-12형이 양산 단계에 있다는 것은 미사일에 표기돼 있는 일련번호에서도 나타난다. 5월과 8월 발사된 화성-12형엔 각각 'ㅈ11831851' 'ㅈ11831805'라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지난 4월 열병식엔 'ㅈ12121701' 번호의 화성-12형이 등장했었다.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열병식에 등장한 것과 시험 발사 때 등장한 미사일의 번호가 달랐다.
군 당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에도 자체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계속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착착 진행해 9부 능선쯤까지 왔고 앞으로도 이를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지막으로 남은 수순은 화성-14형 ICBM급 미사일을 정상 비행 궤도로 발사, 일본 열도를 넘겨 대기권 재진입 능력 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의 고각 발사를 통해 화성-14형이 정상 궤도 비행 시 최대 1만여㎞를 비행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정상 비행 궤도 시 대기권 재진입 능력 등은 보여주지 못해 일본 열도를 넘기는 정각 발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의 선제타격이나 요격 등을 피하기 위해 알래스카에서 제법 떨어진 5000㎞ 이내의 사거리로 미사일을 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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