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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文대통령 "과도한 대응땐 우발충돌"… 아베 "北 지원할 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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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개월새 11번째 도발]

韓·日 정상 어제 통화… 대북공조에 이견 노출

- 靑, 말만 '폭탄급'… 무기력

"北 재기불능 만들 힘 있다" 호언

군사전문가 "핵무기 완성한 北에 무엇으로 대응하겠다는 건지…"

靑 "사드 하나에도 中 엄청난 보복… 전술핵 재배치하면 감당되겠나"

- 발사 하루前, 징후 포착하고도…

文대통령 "북핵은 체제보장용"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 발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했다. 그러나 이 통화에선 우리 정부의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놓고 이견이 노출됐다. 미 국무부도 이날 우리 정부 대북 지원 방침에 불편한 감정을 표시하는 등 한·미·일 대북 공조에 이상 징후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사일 규탄 통화에서 대북 지원 논란

한·일 정상 간의 통화는 일본 측에서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에서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대북 지원의 시기를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측은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며 "전날 정부 대변인이 이의를 제기한 뒤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아베 총리가 직접 우려를 표명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선일보

北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보회의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이런 상황에서는 (북한과)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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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 측 지원 방침에 대해 전날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했었다.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작심한 듯 본인의 입장을 아베 총리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공개한 통화 내용이 원고지 6장 분량이었는데, 이 중 2장이 이와 관련한 문 대통령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유엔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구(UNICEF)가 북한의 영·유아와 임산부에 대한 사업 지원을 요청해 와 검토하게 된 것"이라며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현재의 남북관계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등의 제반 상황을 종합 감안하여 시기 등 관련 사항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 "인도적 지원을 하더라도 현금이 아니라, 반드시 현물이어야 하고, 그것이 영·유아나 임산부 등 필요한 사람들에게 틀림없이 전달돼야 하며, 모니터링도 제대로 될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북한의 도발에 확고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성에 완전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북한의 위협에 과도하게 대응함으로써 긴장이 격화돼 자칫 우발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양국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도록 협력하자"고 말했다. 일본에 '지나치게 대응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우리 모두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긴밀히 공조하면서 북한의 정책을 바꾸고 한·일 양 국민의 안전도 지키는 데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양 정상은 지난 7일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가졌고 다음 주에도 미국 뉴욕에서 한·미·일 정상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북핵에 '말 폭탄' 대응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도발을 지속할수록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에 따른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정부는 북한을 변화시킬 단호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하면 이 같은 규탄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에는 제재 수위를 강화하고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도 실행했다. 그러나 좌파·진보 진영의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가 다시 물러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는 북한 미사일 발사 하루 전인 14일 오전부터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14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북핵을 '체제 보장용'이라고 했고,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에 대해선 "남북 간에 평화를 유지하기 어렵고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고 말했던 것이다. 또 북한이 도발할 걸 알면서 통일부를 통해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도 밝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다음 주 유엔 총회 연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10·4 선언 10주년 행사 등을 앞두고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도 '북한이 핵무장을 사실상 완성한 상황에서 우리가 핵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대신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하고 "북한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 "북이 대화에 나올 때까지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에게는 북한의 도발을 조기에 분쇄하고 재기 불능으로 만들 힘이 있다"는 대북 경고 발언을 했고, 군은 현무 미사일 2발을 대응 발사했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핵무기를 완성한 북한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 힘'이 우리에게 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 주체는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로, 대한민국 정부가 단독으로 군사적 제재나 대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사드 배치 하나에도 중국이 엄청난 보복을 하고 있는데, 전술핵 재배치까지 추진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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