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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Why] C형간염 중국인들, 약타러 한국 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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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면 싼값에 치료 가능" 조선족 포함 중국인 몰려온다

중국선 수입금지 치료약

국내선 健保로 7만원대"… 아프면 한국 가라"는 말도

가입하기 너무 쉬운 건보

3개월 보험료면 누구나… "악용하는 외국인 는 것"

서울 자양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 최모(46)씨는 밀려오는 C형간염 환자 때문에 12년간 한 번도 주문해 본 적 없는 간염약을 최근 주문했다고 했다. C형간염약은 값이 비싼 데다 진단을 받아도 대형 병원 근처 약국에서 처방받는 게 대부분이라 동네 약국에선 취급한 적 없었던 품목이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C형간염 환자가 하루 2~3명씩 꾸준히 최씨 약국을 찾고 있다. 주로 주변 내과에서 C형간염 진단을 받은 조선족들이었다. 최씨는 "C형간염 같은 경우 주로 대형 병원에서 진단하는데 이 근처 내과에서도 C형간염 진단을 해준다고 들었다"며 "부부가 같이 처방전을 들고 와 약을 타가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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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C형간염 치료를 받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한 지 3개월이 지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 가족 역시 동일한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동포 사이에선 "C형간염 걸리면 한국 가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4년 C형간염으로 치료를 받은 외국인·재외국민은 2350명이었지만 지난해 3396명으로 44%나 늘었다. 내국인 C형간염 치료자가 2014년 4만1412명에서 지난해 4만7062명으로 13% 늘어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로 C형간염을 치료하러 오는 가장 큰 이유는 30만원에 육박하는 약값 때문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C형간염 치료제는 총 4가지로, 그 중 완치율이 95% 이상으로 높고 복용 기간이 짧아 의사들이 많이 처방하는 약은 지난해 초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소발디'와 '하보니'다. 이 두 가지 약은 주사 없이 약 복용만으로도 C형간염 완치가 가능해 2014년 출시 당시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약에 대해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5월 1일부터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정한 '소발디'와 '하보니'의 급여 가격은 한 정당 각 25만7000원과 29만7000원이다. 보험 없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는 급여 가격에 약국마다 비급여 가격을 추가로 매길 수 있기 때문에 1정당 가격은 더 올라간다. C형간염 환자는 이 약을 하루 한 정씩 12~24주를 복용해야 한다. C형간염에 걸린 사람이 최소 기간인 12주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발디를 복용해도 완치될 때까지 약값만 2158만원이 넘게 드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급여 가격에서 3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만성질환자 진단을 받을 경우 환자 부담액은 10%까지 내려간다. 건강보험 없이는 3개월간 2158만원을 내야 하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면 647만원으로 치료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 마천동 수프라자약국 약사 추형석씨는 "3개월치 약 조제비 1만5000원가량을 약값에 더해도 비급여로 약을 샀을 때와는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70%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중국인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입국한 지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자격이 생긴다. 보험료도 직장가입자의 경우 자국민과 동일하게 부과하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3개월치 월 보험료만 내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지난 2013년 중국 동포들이 우리나라에서 결핵 치료를 받으려 단기 입국했던 것과 비슷한 해프닝"이라며 "우리나라 건강보험 혜택을 알고 악용하는 외국인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C형간염약을 처방받아 현재 복용하고 있다는 조선족 장모(49)씨는 "중국에서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중국에는 C형간염약 수입·유통이 되지 않고 있다. 소발디나 하보니뿐 아니라 완치율이 떨어져 우리나라에서는 잘 처방하지 않는 C형간염약 '다클린자'도 중국에서는 판매 금지 상태다. 장씨는 "중국에서 C형간염을 치료하려면 인도에서 만든 복제약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한다"며 "복제약은 가격이 싸고 주문하기도 쉽지만 사기 사이트가 많고 언제 배송될지 알 수 없는 데다 만일 발각되면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중국 내 C형간염 환자는 1000만명에 달한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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