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영화 '강철비' 지원 논란"… 反美" 거부하더니 새 정부선 허가
'강철비'는 한국 정권 교체기에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으로 숨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가정한 영화다. 강철비 제작사인 모팩앤알프레드는 올 1월 국방부에 영화 지원 요청을 했다. ▲강철비로 불리는 다연장로켓(MLRS) 등 각종 무기류 지원 ▲남북출입국관리사무소와 군 기동훈련 촬영 ▲군 홍보 영상 원본 등을 요청했다.
영화 ‘강철비’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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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2월 제작사에 지원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짙은 정치색 내포 ▲반미 감정 조장 ▲북핵에 대한 그릇된 인식 ▲이념적 편향성 등이 이유였다. 영화 제작사는 3월 시나리오를 수정해 지원 요청을 했지만 국방부는 다시 불가 판정을 내렸다. '군의 정치적 중립 훼손' 이유가 추가됐다.
이에 대해 영화계에서 "메가폰을 잡은 양우석 감독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영화 '변호인'(2013년) 감독을 맡았었고,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유는 전혀 없었다"며 "요구 사항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영화 내용이 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고 했다.
국방부는 5월 16일 제작사에서 통일대교 촬영 장소 협조 요청을 하자 사흘 뒤인 19일 이를 허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5월 10일) 직후였다. 군에선 "시나리오가 반군(反軍)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절대 군에서 지원하면 안 되는 영화인데 국방부가 정권 눈치를 봤다"는 뒷말이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재검토 결과, 이번에는 장비나 인력 지원이 없는 단순 촬영이라고 판단해 허가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지금까지 군에 대해 긍정적인 영화라고 판단하면 대대적으로 지원해 왔다. 영화 '연평해전' '리턴 투 베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군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영화는 지원을 일절 금해왔다. 미 국방부는 대본을 검토한 뒤 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를 지원하지 않지만, 사소한 부분은 제작사와 상의해 시나리오를 수정하기도 한다. 군 관계자는 "정권 성향에 따라 군의 영화 지원 폭이 달라진 게 사실"이라며 "명확한 기준을 정해 영화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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