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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책의 향기]도시를 재생시키는 건축과 공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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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스페이스/폴 키드웰 지음·김성환 옮김/360쪽·1만8500원·파우제

동아일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이유는 권위주의적인 건물과 공간 배치가 참모와의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건축이 인간의 의사소통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학계에선 ‘건축심리학’이란 이름으로 건축과 인간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이 책은 건축과 도시 공간이 우리의 일상과 행복에 끼치는 영향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 대학에서 의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저자는 대학원에서 건축 디자인까지 전공했다. 영국의 인기 TV프로그램인 ‘건물들의 비밀생활’에 출연해 대중을 상대로 건축심리학을 알려 왔다.

저자는 책에서 건축물들의 긍정·부정적 사례를 함께 보여주며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1955년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시에 건설된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 단지는 3000여 가구를 수용하는 거대한 건물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건물 간 공간과 커뮤니티 시설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그 결과 도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범죄 소굴로 전락했고, 완공 17년 만인 1972년 단지를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반면에 버려진 철도를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에 여유를 선사한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 최고경영자(CEO)의 사무실까지 개방해 소통을 극대화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페이스북 본사 ‘멘로 파크’처럼 공간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 화두다. 새로운 도시 모습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에 어떤 건축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시사점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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