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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단독]개릿 올리버 “한국도 지역맥주가 시장 주도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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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위트 에일’ 레시피 개발 주도, 세계 톱10 ‘브루 마스터’ 올리버 씨

동아일보

세계적인 브루 마스터인 개릿 올리버 씨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를 앞에 두고, 또 맥주 얘기를 주로 나눠서가 아니었을까.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매일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맥주와 음식을 연구합니다. 그 이상이 있을까요?”

브루 마스터(Brew Master) 개릿 올리버(55). 직업도 이름도 모두 생소했다. 낯선 직업과는 달리 유쾌한 너털웃음과 농담 섞인 말투가 마치 동네 아저씨를 보는 듯했다.

15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처음 만난 올리버 씨는 1시간 넘게 맥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달 출시된 제주도 지역맥주 ‘제주 위트 에일’의 레시피 개발도 주도했다. 이번 방한은 제주 생산 현장을 방문하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란다.

올리버 씨는 세계적인 크래프트(수제) 맥주회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대표 브루 마스터다.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맥주와 음식의 궁합을 뜻하는 ‘푸드 페어링’ 개념을 최초로 정립한 인물이다. 2014년 미국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맥주업계 최초로 수상했다. 앞서 2007년에는 미국 포브스 선정 ‘톱10 테이스팅 메이커스(Tasting Makers)’에 뽑히기도 했다. 맥주, 와인, 증류주 분야 전문가 중 산업 기여도와 수상 경력 등을 고려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0명에 포함됐다는 얘기다.

브루 마스터란 직업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양조장의 셰프’라고 소개했다. 맥주 개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양조의 모든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한단다.

올리버 씨가 맥주와 처음 연을 맺은 건 20대 때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처음 접한 유럽 맥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몇 년 뒤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그 맛을 잊지 못했다. 결국 집에서 스스로 맥주를 만들다가 양조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올리버 씨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맛이 똑같은 맥주가 아닌 독특하고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대의 그가 그랬던 것처럼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도 바뀌고 있다. 올리버 씨는 “지금은 크래프트 맥주 같은 다양하고 개성 있는 맛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올리버 씨가 제주에 특화된 맥주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주도의 감귤과 청정 이미지가 맥주와 잘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 건너온 감귤 껍질을 처음 전달받았을 때 그 달콤한 향기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는 한국 맥주를 어떻게 평가할까. 올리버 씨는 “오비맥주나 하이트맥주 같은 대량생산 맥주는 어느 나라나 그러하듯 큰 감흥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한국도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한국 특유의 맛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맥주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인기를 끄는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리버 씨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지역의 특산물이나 특색을 활용한 맥주가 조금씩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거다. 그에겐 매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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