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특별한 학교’]<下> 서울 개원中-상도어린이집 사례
13일 서울 강남구 개원중 2학년 김상윤 군(가운데)과 같은 반 친구들이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개원중에서는 비장애 학생 700여 명과 장애 학생 12명이 잘 구별되지 않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원중 2교시 쉬는 시간. 휠체어를 탄 2학년 김상윤 군(14)이 같은 반 우석민 군(14)의 도움을 받아 4층 음악실로 가고 있었다. 선천성 연골종증을 앓고 있어 뼈가 쉽게 부러지는 상윤 군은 잘 걷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오른쪽 팔이 골절돼 깁스를 했다. 1년 반째 상윤 군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석민 군이 복도의 학생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휠체어 운전’을 시작했다. 상윤 군이 “석민이는 1년 반 ‘무사고 택시운전사’”라며 엄지를 세웠다. 석민 군은 “경사로를 오를 때마다 팔 아파 죽어”라면서도 “속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상윤이”라고 화답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여부를 놓고 어른들은 갈등하지만 개원중 학생들은 자연스레 공존을 깨치고 있다. 일반학교인 개원중은 비장애 학생 700여 명과 장애 학생 12명이 다닌다. 상윤 군과 다른 1명은 일반학급에서 모든 수업을 듣고 나머지 10명은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공부한다.
개원중이 통합교육 모범학교로 불리게 된 건 최근이다. 3년 전 부임한 나승표 교장은 “비장애 학생에게 장애 학생을 끼워 맞추는 식의 통합교육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로 부대끼며 소통할 때 ‘더불어 사는 삶’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매 학기 초 비장애 학생과 담임교사는 특수교사로부터 같이 공부할 장애 학생의 특성을 배운다. 매주 축구와 댄스 수업도 장애 학생과 함께한다. 장애 학생을 위한 행사에는 비장애 학생이 반드시 동참한다. 7일 ‘장애인 양재천 걷기 대회’에서도 비장애 학생들은 스스로 만든 응원 손팻말을 들고 함께 걸었다. 5월 한 반에서 장애 학생을 멀리하는 조짐이 보이자 청각장애인 교육교사를 초청해 장애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연을 듣게 했다. 지적장애 1급 딸이 개원중에 다닌다는 한 어머니는 “특수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도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통합교육을 배우는 곳도 있다. 서울 동작구 구립 상도어린이집에서는 2012년부터 매주 삼성학교 청각장애 아동 6명이 찾아와 함께 지낸다.
15일 오전 요리시간. 청각장애가 있는 김예리 양(5)이 선생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단무지를 빼고 김밥을 말았다. 윤희주 양(5)이 예리 양을 정면으로 보며 “단무지를 넣어서 만들래”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희주 양의 입 모양을 보고 뜻을 알아차린 예리 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밥에 단무지를 넣었다. 아이들은 눈빛과 몸짓으로 말이 통했다. 놀이시간에 징을 치던 홍서우 양(6)이 혼자 놀던 청각장애아 이하엘 군(6)에게 장구채를 쥐여줬다. 징을 한 번 치곤 하엘 군을 슬쩍 바라보니 하엘 군이 알았다는 듯 장구를 쳤다. 징과 장구 소리가 묘하게 어울렸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장애아를 그저 조금 ‘다른’ 친구로 받아들일 뿐”이라며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담은 어른들의 언행이 아이들로 하여금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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