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미리 안 미국, 차분한 대응
국무부 부차관보 “북, 뭘 할 것 같다”
도발 3시간 전 방미 의원들에 밝혀
“미 영토 안 노려 요격 안 해” 보도
한·미·일 요청에 오늘 안보리 회의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행정부는 하루 전(13일) 북한이 미사일에 연료를 공급하는 걸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 고위 관리를 인용,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경우 심지어 모 정보기관을 방문해 (북한의) 발사가 임박한 미사일 이미지(영상)까지 봤다”고도 전했다. 또 “미국과 일본 모두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생각을 안 했다”고 덧붙였다. 미·일 정부가 이번 미사일이 미 본토나 괌, 일본 영토를 노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그동안 우려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각 발사가 아니었던 점에서 즉각적인 초강경 대응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관계자 대부분은 “이번 발사는 지난 5일 유엔의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는 언급에 그쳤다. 발사 한 시간 뒤 트럼프는 백악관 공식 만찬행사 때 기자들 앞에 나타났지만 평소와 달리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도 미사일 발사 대응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태평양사령부의 답변을 통해 “이번 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파악된다”며 “북미 영공 방어를 담당하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이번 미사일이 북미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태평양사령부도 미국령 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인 수백만 명을 ‘꼭꼭 숨게 하는(duck and cover)’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동맹국 일본에 대한 철저한 방어를 재차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즉각 중국과 러시아에 압박을 가했다. 그는 성명에서 “최근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의 천장(상한)이 아니라 바닥(하한)”이라며 “북한에 대부분의 석유를 공급하는 중국, 북한 강제노동의 최대 고용주인 러시아는 이런 (북한의) 무모한 미사일 발사에 자신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음(intolerance)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도발에 대한 별도의 제재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에 유엔 제재안의 철저한 이행과 원유 공급 완전 차단 등 보다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거리가 지난달 29일 발사한 미사일보다 비행거리가 1000㎞나 늘어난 약 3700㎞에 달하는 점에 주목하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이미 내놓은 괌 포위사격 계획 거리인 3356㎞ 이상을 날아가게 함으로써 괌 타격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는 것이다.
NYT는 고위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한반도 유사시 군사행동의 중심이 될 태평양의 주요 미군 폭격기지가 북한의 IRBM만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발사였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3국의 요청으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는 15일 오후 3시(현지시간)로 잡혔다. 유엔 관계자는 “북한을 비판하는 언론성명이나 의장성명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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