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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우보세]아직도 왜?…답 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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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아직도 왜?’

영화 제목 같지만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TF)의 명칭이다.

‘아직도 왜?’ TF는 잘못된 하도급 거래 관행 등 소프트웨어(SW) 산업 분야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려 한 정부의 노력이 왜 실패했는지를 근본에서부터 돌아보는 일이 주 임무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찬찬히 모두 풀어보겠다는 얘기다. 유영민 장관도 최근 간담회서 “10년 전 부터 불거진 문제를 이번엔 정말 뿌리 뽑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규제 문제는 비단 SW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바이오·첨단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앓는 질환은 총 1만여개, 이중 현대의료 수준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은 단 500여개에 불과하다. 줄기세포 및 유전자(DNA) 치료 등을 통칭한 ‘재생의료’가 발전하면 치매나 뇌경색 등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난치·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황우석 사태 이후 강화된 생명윤리법으로 관련 연구 시험이 죄다 발목이 잡혀있는 처지다.

규제 문제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해선 풀리지 않을 게 자명해 보인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 고위 임원은 최근 식사자리에서 “규제개선회의를 가보면 생명윤리학자가 절반”이라며 “무슨 얘기가 되겠냐”고 토로했다. 과학자와 윤리학자가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다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학계이론 및 이권, 사업 주도권을 놓고 입장이 상반된 양측이 붙어 ‘으르렁’거리는 공론화장의 모습은 한국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단면이다.

머니투데이

규제혁신을 위해선 우선 원칙이 서야 한다. 영국 ‘규제개혁보고서’엔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먼저 달성하려는 목표에 비해 규제의 희생이 크지 않은 지 비교한다. 이어 규제 대상의 특성을 파악하고, 규제 타당성을 방어할 책임성을 따져본다. 규제 일관성·투명성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원칙을 국내 SW·바이오·첨단의료 분야에 적용하면 대부분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규제에 대한 인식 또한 바꿔놔야 한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규제는 일을 못하게 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며 “규제는 규칙을 정하는 일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합리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합리화는 국민이 받아들일 만하다고 느껴지는 정도를 가리킨다.

규제 모순과 오류를 개선할 솔루션도 관심만 가지면 우리 주변에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단 허용은 하되 계속 살펴보다가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즉각적으로 멈출 수 있게 하는 ‘온고잉(On-going) 모니터링’ 방식 등이 대표적인 예다.

SW와 바이오·첨단의료 분야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원천이다. 일자리 정부라면 규제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 접근법에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장 밑단에서부터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유 장관의 규제개혁 시도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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