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민 파리 특파원 |
요즘, 프랑스 파리의 공원이나 놀이터에선 3, 4명의 아이를 데리고 산책 나온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들이다. 국가에 등록된 이들은 관리를 철저히 받기 때문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와야 하는 건 베이비시터들의 의무사항이다.
안 볼 때 아이들을 때리지는 않을까 몰래 폐쇄회로(CC)TV를 달고, 혹여나 힘들다고 그만둘까 봐 베이비시터에게 보약까지 해주는 우리나라 엄마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오복 중 하나라는 ‘이모복’은 베이비시터 비용의 최대 85%까지 지원되는 프랑스 엄마들에게는 당연한 복인 셈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3명으로 한국(1.17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정권마다 쏟아내는 각종 저출산 대책에도 꿈쩍 않는 한국 여성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을지 프랑스를 보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아이를 키우는 데 돈 걱정이 거의 없다. 프랑스는 국가에 임신 사실을 신고하면 출산 준비금 124만 원이 현금으로 나온다. 국가의 가족수당금고(CAF)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 금고는 끊임없이 부모의 통장으로 돈을 보내준다.
임신 이후 출산까지 진료 비용은 모두 공짜다. 산후조리원이 없는 대신 출산 후 집에 오는 도우미 비용을 대준다. 아이를 낳으면 세 돌까지 매달 최대 25만 원 정도의 기저귀, 분유 비용이 지원된다. 회사 복직을 못할 경우 추가 생활비가 나오고 회사에 복직하면 6세까지 베이비시터 비용이 지원된다. 학교에 입학하면 매년 학용품 구입 비용이 지원된다. 학비는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공짜다. 급식비만 소득별로 내면 된다. 사교육이 없어 추가 교육비 부담도 없다.
엄마 혼자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는 ‘독박 육아’로 산후 우울증이 필수 코스인 한국과 프랑스가 가장 다른 건 바로 ‘엄마의 행복’이 최고의 육아 가치인 사회 인식의 차이다.
한국에선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아이 기준으로 명확하게 나뉜다. 출산 후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 엄마는 마치 죄인처럼 아이에게 미안해한다. 프랑스는 출산 직후 모유 수유를 강요하지 않는다. 가슴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에 수유는 어렵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프랑스 엄마다. 모유 수유를 해도 6개월을 넘기는 일은 거의 없다. 영양소가 줄어들어 엄마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엄마들은 회사 복직도 빠른 편이다. 탄력 근무제가 활성화되어 있어 굳이 경력 단절을 겪지 않고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 아침마다 유치원엔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아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출산 후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순간 아이는 부모와 다른 방에서 떨어져 잔다. 안방은 엄마 아빠가 자는 곳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부모들도 초기에는 밤마다 우는 아이의 방을 들락날락거리지만 그렇게 아이는 자연스레 부모와 떨어져 자는 법을 배운다.
아이가 규율을 어기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면 공공장소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엄하게 혼낸다. 이런 육아 방식 덕분에 식당에서 지루하다고 집에 가자고 떼쓰는 아이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일부에서는 이런 부모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절반에 육박하는 이혼 가정을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엄마들은 더 자유롭고 행복해져야 한다. 아이에게 젊은 날을 바쳐 나 자신은 초라해지고 있다는 불안감, 그럼에도 늘 아이에게 잘해 주지 못하는 미안함, 나를 키워준 노모에게 내 자식까지 맡겨야 하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합계출산율 1명의 벽마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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