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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맞춤법의 재발견]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띄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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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 먹는데 vs 먹는 데

‘먹는데’로 써야 할까? ‘먹는 데’로 적어야 할까? 당연히 ‘먹는데’가 맞는 표기가 아닐까? 하지만 이 둘은 모두 맞는 표기다. 이 띄어쓰기를 결정하는 것은 문장의 의미다. 맥락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다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띄어 적어야 하는 ‘데’부터 보자. 띄어 적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는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띄어쓰기의 두 가지 원칙을 기억해 보자. 단어는 띄어 적는다는 것, 그리고 조사는 앞말에 붙여 적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띄어 적는 ‘데’는 단어다.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홀로 설 수 있는 요소라는 의미다.

―아무 데나 앉아라.

여기서 ‘데’는 ‘곳, 장소’를 의미한다. 예문을 더 보면서 이 단어의 공간적 의미를 확인해 보자. 이 단어의 띄어쓰기는 의미를 제대로 포착하는 것과 관련되니까.

―자주 가는 데가 있어요.
―중요한 데는 구별해 두는 것이 좋다.


위 예들 안에서 ‘공간’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데’의 띄어쓰기에 조금 더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데’는 조금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되기도 한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


위의 ‘데’는 ‘공간’의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데’의 공간적 의미가 더 확대되어 현재에는 ‘경우나 처지’ 등을 포함하는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데’는 ‘경우, 처지, 측면’ 등의 다른 단어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명사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먹는데’는 의존명사 ‘데’와 어떻게 다를까?

―밥을 먹는데 그 이야기가 나왔다. → 먹는 공간(×)
―애는 쓰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 → 쓰는 공간(×)


여기에 포함된 ‘데’는 앞서 본 ‘데’가 아니다. 이 예들은 ‘먹는 장소’나 ‘쓰는 곳’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다른 명사로 바뀌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먹는데’, ‘쓰는데’ 속의 ‘데’는 무엇일까? 실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먹다, 쓰다’에 ‘-는데’가 붙은 것이다. 아래 예를 보자.

―밥을 먹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나왔다.

(먹는데)

이 ‘-는데’는 위의 두 문장을 하나로 연결할 때 쓰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 ‘데’는 공간이나 장소의 의미가 들어 있을 때뿐이다. 이 의미로 ‘-는데’와 구분된다. 그래도 어렵다면 조사를 붙여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는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이다.
―예전에 가 본 데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데’는 명사이니까 조사가 쉽게 연결된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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