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3번은 걸러도 괜찮지만
지속 땐 무배란·자궁내막암 의심
폐경 이행기엔 콩 자주 먹으면 좋아
생리 불순은 자궁내막암·호르몬 이상 등 질병의신호일 수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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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건강의 지표다. 여성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성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있는지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하면 골다공증·심장질환 위험이 높다. 또 여러 질병 때문에 호르몬 분비가 방해받으면 생리 불순으로 이어진다. 정상적인 생리 주기는 21~38일, 기간은 3~8일, 하루 생리량은 20~80ml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리 불순이다. 덩어리가 많이 나오거나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빈혈이 생기면 생리량이 과한 것이다.
생리 불순처럼 보이지만 정상인 경우가 있다. 김슬기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생리는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 난소가 담당한다. 초경 후 2~3년간 이 셋의 호르몬 상호작용이 성숙해지면서 더러 생리 불순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폐경 전 2~5년간(폐경 이행기)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진다. 한 달에 두 번 생리를 하다가 점차 횟수가 줄어들면서 폐경이 된다. 여성은 보통 1년에 8~9번 정도 생리를 하면 정상이다. 김탁 교수는
“1년에 2~3번 생리를 걸러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런 시기가 아닌데도 이유 없이 생리 불순이 지속되면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김슬기 교수는 “무배란·자궁근종·자궁내막암과 자궁경부암 같은 질환, 갑상샘 기능 이상 같은 내분비계 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키 1m61㎝에 75㎏으로 비만인 박모(29·경기도 성남시)씨는 20대 초반부터 생리가 일정치 않았다.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난소에 여러 개의 난포(미성숙 난자)가 있고 생리 불순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김슬기 교수는 “비만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생리 주기를 변화시킨다”며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악화시켜 배란이 안 되는 무월경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는 체중을 5%만 줄여도 생리 불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약 때문에 생리 불순이 생기기도 한다. 김탁 교수는 “정상적으로 생리를 하던 사람이 위장약·정신과 약 등을 먹은 뒤 생리 불순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일부 약 성분이 유즙 분비호르몬(프로락틴) 농도를 높여 배란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생리 불순은 난임의 원인이 된다. 박모(31·경기도 성남시)씨는 20대 중반부터
1년에 2~3번만 생리를 했다. 2015년 결혼했는데 1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2016년 초 산부인과를 찾았다. 조직검사를 했더니 자궁내막암이었다. 박씨는 6개월간 프로게스테론을 복용하는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체외수정 시술로 임신에 성공해 올해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여성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에 생리 불순이 생기면 골다공증·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여성호르몬은 뼈를 만드는 조골(造骨)세포와 뼈를 파괴하는 파골(破骨)세포 활동을 균형 있게 조정한다. 또 혈중 지질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억제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여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김탁 교수는 “생리 불순이 와도 바로 신체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질병의 신호이거나 질병을 악화하는 단초가 되므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 때문에 생리 불순이 생긴 게 아니라면 생활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스트레스,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감소, 고강도의 과한 운동, 신경성 식욕 부진 같은 섭식장애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줘 생리 주기를 변화시킨다. ▶하루 7시간 수면 시간을 지키고 ▶하루 세끼를 골고루 챙겨 먹으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김슬기 교수는 “폐경 이행기에는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콩 제품을 챙겨 먹고, 자녀 계획이 있으면 산전 검사를 받아 자궁상태와 배란 주기를 점검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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