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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따릉이 빈 대여소 채워라” 24시간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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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설관리공단 31개팀 100명, 재분배 작업 비지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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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따릉이’ 대여소. 나란히 세워진 자전거들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는 손이 있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분배팀 소속 김윤성씨(53·사진)는 자전거 안장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고, 바구니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누군가 두고 간 우산을 챙겨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2015년 9월 자전거 1000대로 시범운영을 시작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오는 19일 도입 2년을 맞는다. 하지만 비어 있는 대여소를 확인해 따릉이를 옮기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지난 8월 기준 서울시내에는 대여소 910곳, 자전거 1만1600대가 운영되고 있다. 하루 평균 이용건수는 1만2538건, 누적 회원은 45만명에 이른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는 김씨와 같은 자전거 분배원 100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31개팀, 3조2교대로 나뉘어 24시간 따릉이를 ‘재분배’한다. 최대 15대까지 실을 수 있는 트럭에 자전거를 실어 거치율이 낮은 대여소 곳곳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날 ‘야간 패트롤’이라 불리는 야간조에 들어간 김씨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서울 종로 일대 대여소 24곳을 맡았다. 분배원 한 명당 하루 평균 대여소 18곳의 거치율을 책임진다. 김씨는 “가끔은 ‘자전거 왜 훔쳐가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며 웃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김씨의 손길도 바빠졌다. 평일 오후 6시부터 9시 사이는 자전거 이용객의 27%가 몰리는 가장 바쁜 시간대다. 김씨는 태블릿PC 속 업무자용 접속화면을 수시로 ‘새로고침’해 시내 지도 위 자전거가 움직이는 추이를 확인했다. 그는 탑골공원, 명동 등 종로 일대 대여소를 오가며 직장인 이용객이 많은 광화문 인근의 대여소에 자전거를 부지런히 채워 넣었다. 차를 가까이 댈 수 없는 대여소에는 30~40m를 걸어서 자전거를 옮겼다. 지도 위에 고장이나 미납을 뜻하는 빨간색 물방울이 뜨면 다른 일을 제쳐두고 먼저 출동한다. “빨간 물방울은 우선해서 처리합니다. 그래야 자전거가 원활히 회전될 수 있어요.”

오후 10시가 되자 김씨는 트럭을 돌려 도심 밖으로 벗어났다. 사대문 밖 대여소 자전거를 도심의 빈 대여소 곳곳에 채워넣기 위해서다. “밤 12시까지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요. 그만큼 야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겠지요.” 김씨는 “밤늦게 퇴근하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자전거가 채워지길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며 “‘고맙다’고 말하고 가는 분들을 만나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단은 대여소의 거치율을 성수기(3~11월) 70%, 비수기(12~2월)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대여소 380곳을 늘려 서울 전역에 대여소 1290개를 설치하고, 따릉이 8400대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글·사진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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