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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미, ‘초강력 대북 제재안’ 11일 표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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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대북 원유수출 금지 등 초강경 대응조치를 담은 결의 초안을 마련하고 중·러에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 중이다. 중·러가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11일 전체회의에서 예정대로 이 초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할 방침이다.

미국의 결의 초안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고강도 대북 제재 조치를 담고 있다. 대북 원유수출 금지 외에도 김정은·김여정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고,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섬유제품 수출, 북한 노동자 해외노동도 금지시켰다. 유엔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강제 검색할 수 있는 권한을 회원국에 부여하는 내용도 있다. 한마디로 북한에 가할 수 있는 모든 압박조치가 포함된 셈이다. 북한이 아니라 사실상 중국을 제재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러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표결을 강행하는 것은 거부권 행사로 인한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중·러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 채택이 무산되는 상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만약 거부권 행사로 결의가 부결될 경우 중·러에 책임을 돌리고 이를 명분으로 삼아 ‘세컨더리보이콧’이나 무역제재 등의 고강도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로 결의 채택이 무산되는 것은 미국에도 부담이다. 중·러와 극단적인 대치도 불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핵 문제에 대한 안보리 결의가 강대국의 입장 차이로 무산되는 것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사실상 파탄 지경에 이르렀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미국의 초안 내용은 안보리가 채택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원유수출 금지 조치는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라는 점에서 유엔헌장과 유엔 설립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하는 것은 2003년 미국 주도로 출범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핵심 요소다. PSI는 국제법상 불법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정식 협정으로 발효되지 못하고 ‘뜻을 같이하는 국가(like minded group)’들 간의 협약을 통해 자발적 참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국제법상 논란이 있는 사안을 국제법적 성격을 갖는 안보리 결의로 확정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뒷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원유수출 금지와 선박 검색 같은 조항은 중·러가 ‘당당히’ 반대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제공한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11일에 예정대로 표결이 강행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일정한 선에서 타협한 중재안이 마련된 뒤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북 원유수출을 완전 금지하는 내용 대신 일정한 조건을 달거나 한시적으로 축소하는 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미국의 초안은 중·러와의 협상에 대비한 최대치를 담은 것”이라며 “이 내용들이 최종적으로 채택될 결의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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