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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국산차도 고성능 시대…스피드 마니아, 선택 폭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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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도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갖춘 고성능 차량을 이전보다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등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이 이미 국내서 고성능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1억원대 안팎의 높은 가격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기아차 스팅어에 이어 제네시스 G70 스포츠 등 현대·기아차가 가격은 수입차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성능은 얼추 대등한 모델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다. 내년 초에는 한국차 최초의 고성능차 브랜드인 현대차 ‘N’ 로고가 박힌 모델도 출시된다. 국산 고성능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 고성능차와 일반차는 어떤 차이?

고성능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강력한 엔진과 성능을 강화한 변속기, 서스펜션 등을 장착해 레이싱 서킷에서도 충분히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춘 차를 말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BMW ‘M’, 아우디 ‘RS’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전용 고성능 차량도 선보이지만 대부분 일반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서스펜션 등을 스포츠 주행에 맞춘 부품을 사용해 재탄생시킨다. 메르세데스 AMG GT-R 같은 차량이 전용 고성능 차량이라면 BMW 3시리즈에서 파생된 ‘M3’,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의 ‘C63AMG’ 등은 일반 차량의 성능을 높인 고성능 모델들이다.

고성능 부품을 사용하다 보니 가격은 기본 차량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개성 강한 디자인과 강력한 달리기 성능, 순간적으로 닥친 위기 상황을 뛰어난 가속 성능과 선회 능력으로 대처할 수 있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산 완성차 업체들도 스포티한 달리기 성능을 갖춘 차량을 제작해왔다. 현대차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등이 이런 차량에 해당된다. 하지만 ‘고성능’이란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어색했다. 엔진 출력이 낮고, 차체 강성이나 핸들링 등이 고성능 차량에 걸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4년에 출시된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는 동력 성능만으로는 국산차 최초의 고성능차로 불릴 만하다. 후기 모델인 ‘제네시스 쿠페 380 GT-R’은 3.8ℓ 람다 직분사(GDi) 엔진을 사용했다. 최고출력 350마력, 최대토크는 40.8㎏·m까지 나오는 고출력 엔진으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트가 운전자의 등을 ‘탕탕’ 칠 정도로 가속 성능이 뛰어났다. 이후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에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은 고성능 사양이 출시됐다. 이들 차에는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는 36㎏·m를 내는 2.0ℓ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 기아차 스팅어 GT, 국내 최초 고성능차

지난해 현대차는 자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로 역대 가장 강력한 성능의 제네시스 G80 스포츠를 선보였다. 기존 G80의 라디에이터그릴을 스포티하게 개선하고 뒤 범퍼 아래에는 디퓨즈를 달았다. 듀얼 트윈 팁 머플러로 한눈에 고성능 모델임을 암시한 G80 스포츠는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m가 나오는 3.3ℓ 트윈 터보 엔진을 사용했다. 그동안 국산 완성차 업체가 만든 승용차 중 가장 강력한 ‘심장’을 갖춘 셈이다.

강력한 심장과 기존 승용차보다 강인한 차체, 3m가 넘는 휠베이스, 탄탄한 서스펜션은 갖춘 G80 스포츠는 고속주행 안정성에서는 따라올 국산차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속 170~180㎞에서도 운전자가 긴장하지 않을 만큼 안정된 달리기 성능을 보이고, 시속 230㎞ 이상에서도 지속적으로 가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G80도 진정한 의미의 고성능차는 아니다. 무게가 2t이 넘어 발진 가속 성능이 비슷한 출력을 가진 경쟁차에 비해 떨어지는 등 고급 세단에서 출발한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가 만든 ‘제대로 된’ 고성능차는 올해 기아차가 출시한 스팅어라 할 수 있다. 기획 때부터 고성능 차량을 타깃으로 했다. 서킷 주행도 가능하도록 설계·제작돼 차체 강성과 제동력, 핸들링 특성, 시트 배치 등이 일반 세단과 다르다. 고성능차의 핵심 요건인 가속과 주행 성능 위주로 제작된 차다.

BMW 고성능 차량 ‘M’ 브랜드에서 주행 성능 분야를 담당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부사장이 설계부터 관여해 주행 질감이나 핸들링 특성이 독일 고성능차와 흡사하다. 제로백(시속 0㎞에서 100㎞ 가속 시간)도 4.9초로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동력을 타이어에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해 가속 시간을 단축시키는 ‘런치 컨트롤’ 기능도 국산차로는 처음 장착됐다.

최상급 GT 모델은 제네시스 G80 스포츠에 장착된 3.3 트윈 터보 GDi 엔진이 얹힌다. 출력은 G80과 같지만 무게가 1800㎏으로 200㎏이나 가볍다. 그만큼 가속이 더 빨라지고 최고속도도 높게 나온다. G80 스포츠 계기판은 시속 260㎞까지 표시돼 있다. 스팅어는 이보다 40㎞가 더 많은 300㎞까지 표시된다. 하지만 스팅어도 조만간 ‘가장 빠른 국산차’라는 타이틀을 넘긴다. 더 빠른 국산 고성능차가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오는 15일 출시되는 현대차 G70 스포츠다. 최상급 모델인 스포츠는 스팅어와 같은 심장인 3.3ℓ 트윈 터보 엔진이 달린다. 제로백은 4.7초로 스팅어보다 0.2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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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고성능차 브랜드 ‘N’ 차량에 사용될 엔진이 남양연구소에서 성능 테스트를 받고 있다.

현대차 제공


■ 현대차 ‘N’ 브랜드, 연말 유럽 출격

올 연말쯤이면 한국 완성차 업체도 BMW ‘M’ 같은 고성능차 브랜드 로고가 박힌 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 ‘N’ 브랜드다. 탁월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레이싱 트랙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게 ‘N’ 브랜드의 지향점이다. ‘N’은 현대차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가 있는 남양(Namyang)에서 설계되고,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주행코스로 알려진 독일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 서킷의 영문 첫 글자를 땄다.

‘N’ 브랜드 첫 모델은 해치백 모델인 ‘i30’으로 정해졌다.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m가 나오는 2ℓ 터보 엔진이 얹힌다.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E-LSD), 기어 단수를 내릴 때 엔진 회전수를 조정해 변속을 부드럽게 해주는 ‘레브 매칭 기능’, 일시적으로 엔진 출력을 높여주는 ‘오버 부스트’ 등의 고급 고성능차에 필요한 기술이 적용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i30N’은 유럽에서만 판매된다. 한국 소비자들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벨로스터 ‘N’ 모델로 고성능차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G70 이후 고성능 버전은 ‘스포츠’ 대신 ‘N’ 브랜드를 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고성능차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주행 성능을 소비자에 전달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가격이 비싸 수입 고성능차를 구매하지 못한 ‘스피드 마니아’들에게는 국산 고성능 브랜드 차량들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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