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전 건설 중단’ 사례
외국에선 원전 건설이 도중에 중단된 사례가 부지기수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가 매년 발간하는 ‘세계 원전산업 현황 보고서’를 보면 1977년부터 지난해까지 17개국에서 원전 92기가 건설 중 공사를 멈췄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원전이 완공됐음에도 가동하지 않았다.
‘원전 대국’인 미국에선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직후 5년간 51기의 원전 건설이 중단됐다. 최근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건설 중이던 공정률 40%의 ‘서머 원전’ 2·3호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갈수록 치솟는 ‘건설 비용’ 때문이었다. 2008년 첫삽을 떴을 때 공사비는 115억달러(약 12조9000억원)로 추산됐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체되면서 예상 비용은 250억달러(약 28조1000억원)로 불어났다.
천문학적인 매몰 비용까지 감수하면서 건설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원전을 가동한다 해도 완공될 때까지 투입될 공사비나 폐로 비용이 엄청나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건설 비용도 문제이지만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전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공정률 29%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계약해지 비용까지 포함, 총 2조5000억원의 매몰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대만은 시민들의 거센 요구에 2014년 공정률 98%였던 원전 건설을 중단시키고 지난해 ‘2025년 탈원전’을 선언했다. ‘진행된 공정률 때문에라도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겠지만, 경제적 타당성만을 놓고 보더라도 완공될 때까지 들어갈 비용에 원전이 수명을 다한 후 투입될 폐로 및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더 늦기 전에 건설을 멈추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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